Contemporary 진경산수화

시민들의 원픽은 안양천 벚꽃길

시민참여예술프로젝트 <상서로운 보물지도>의 3차례에 거친 워크숍을 잘 마쳤습니다.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양천생활문화센터 다목적실에서 총 6팀(12명)이 참가하여 1차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2025년 8월 25일 월요일 홍익에제르 미술원에서 2팀(4명)이 2차 워크숍을 진행했고 2025년 8월 30일 토요일 홍익에제르 미술원에서 3팀(9명)이 3차 워크숍을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 참가하신 분들도 일부 다시 오셨고 올해 처음 참가하신 참가자들도 계셨습니다. 총 11팀이 함께한 우리 시대의 진경산수화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그린 마음속의 보물장소는 '만개한 벚꽃이 수놓은 안양천'이었습니다. 안양천을 그리지 않은 팀들도 '안양천'을 그리고 싶었지만 막상 많은 분들이 안양천을 그리다 보니 다른 추억의 장소를 그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핑크빛으로 가득 물든 여러 장의 종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왜 봄날의 벚꽃이 만개한 안양천을 유독 사랑하는가?"


사실 안양천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서 꿈틀거립니다. 물론 벚꽃 나무가 안양천 둑방길을 따라 굉장히 많이 심겨 있어서 보는 순간 시선과 마음을 빼앗아 버리지만 벚꽃 말고도 수많은 꽃들이 안양천에 즐비합니다. 5월에 피는 들장미는 흰색, 노란색, 핑크색, 버건디색, 빨간색 등 다양색으로 안양천가를 수놓습니다. 꽃송이도 아주 크고 화려합니다. 초봄에 피는 팬지와 이름 모를 들꽃이 안양천을 가득 채웁니다. 그곳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와 다슬기 그리고 오리가족이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봄에도 백로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안양천이라는 생태계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사는지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다양한 생명체 중에 유독 벚꽃에 열광하는지를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벚꽃이 주는 화사함은 물론이요 아직은 쌀쌀한 날씨 가운데 벚꽃을 보며 따스한 봄날이 올 것을 확신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불확실성보다는 무언가 확실해질 때 편해지지 않습니까. 벚꽃을 보며 우리들은 새롭게 시작한 한 해가 만개한 벚꽃처럼 아름답고 곧 다가올 따스한 봄날처럼 개개인의 삶도 화사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또한 벚꽃이 봄비에 금방 질 것을 알기에 개화시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움이 주는 한정된 기간의 기쁨을 더 풍성히 즐기는 게 아닐까요.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이 그린 화사한 핑크빛의 안양천 벚꽃들이 선사해 주는 약 10일간의 시간이 가장 강렬한 기억인 것을 보면서 의외로 '소비하는 장소'가 큰 의미가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안양천에서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찬미하는 10일보다 일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식당, 카페, 마트, 백화점 등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한 식당 혹은 카페를 그린 실내 정경을 그림이 한 점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학교를 그린 두어 명의 어린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자연을 그렸습니다. 아무래도 도심 속의 삶에서 자연은 가장 그립고 위안을 주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양천구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양천구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 지역에 대해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안양천의 벚꽃길을 그린 동시대의 진경산수화를 보면서 아직은 저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벚꽃을 좋아하고 그 풍경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안양천의 만개한 벚꽃을 그린 진경산수화를 보며 '갈망하다'이라는 단어의 뜻을 곱씹어 봅니다. '갈망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을 매우 간절히 원하다라는 뜻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 식의 소비 Flex가 아닌 삶의 동반자들과의 여유로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아름다운 자연 속이라면 당시의 시공간이 머리 속에 한장의 스틸컷으로 박제되어 기억에 오랜시간 남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추억의 아름다운 스틸컷들이 풍성하게 남기를 소망합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