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Need More Garlic
지난 2년 간의 자취 생활로 깨달은 게 있다면
자취 생활로 깨달은 게 있다면 파스타만큼 쉽고 간단한 요리가 없다는 것.
라면만큼 쉬운데 파스타는 양식이라 손님 대접용이나 홈파티 메뉴로도 손색이 없고
그중에서도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만드는 원팬 파스타는 설거지도, 드는 수고도, 조리 시간도 모두 줄일 수 있다.
심지어 요즘은 파스타 면을 전자레인지에 미리 삶는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만만한 건
올리브 오일, 마늘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알리오 올리오.
지나가다가 얼핏 본 편스토랑 류수영 레시피가 떠올라서
편마늘이 아니라 그라인더로 간 마늘을 넣어 보기로 했는데
갈아서 넣으니 아무래도 편마늘 보단 향이 확실히 더 느껴지기는 했다.
https://youtu.be/lfL6bK_34D0?si=uxQm7S5RpYFTfpX1
*왜 그동안 그라인더로 마늘을 갈아서 넣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남은 바게트 빵도 꺼내고 접시에 휘뚜루마뚜루 담고 앉으려는데
팬을 켜달라는 하우스 메이트의 말에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설마 마늘향 때문인가?
멋쩍게 마늘향이 나냐고 물었더니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눈이 매울 정도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오마이갓. 그 정도로 마늘향이 난다고?
나는 지금 하나도 안 나는데.. 나 그냥 굴러다니는 남은 마늘 몇 알 썼는데요?
정말 몇 번을 킁킁거려도 모르겠어서 돌려 까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역시 건국 신화부터 마늘을 먹고 버틴 곰의 후손답게
이 정도로는 마늘로는 냄새를 전혀 못 느끼는 걸 보니 마늘의 민족, 한국인이 맞구나.
사실 안 그래도 호주에 오기 전에 1-2주 동안은 마늘 들어간 음식을 최대한 피했다.
혹시라도 마늘 냄새 때문에 갈릭키 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서.. (지금은 빵만 먹어대고 있는데 채취가 변했으려나?)
한국은 마늘을 다져서 양념으로 쓸 뿐 아니라 통으로도 먹고 난리를 치지만
음식 이름에 마늘을 강조하지 않는다. 마늘이 들어가는 건 너무 당연하니까.
이탈리아에서는 마늘 단 한쪽을 넣으면서도 마늘과 기름(알리오 올리오)이라고 이름 붙이는 데 말이다.
게다가 마트에서도 마늘 파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여기는 마늘을 한 개씩 살 수 있다.
실제로 다들 한 두 개씩 사거나 세 개가 소포장된 마늘을 산다. 한국에서 ‘마늘 소포장’은 그렇게까지 상품성이 없을 텐데.
아무튼 알리오 올리오를 한 입 먹는데
알~싸한 마늘의 향과 맛이 어찌나 개운한지!
한국 음식이 그리운 적은 없었는데
내 몸의 혈중 마늘 농도는 떨어졌었구나.
미안하지만 가끔 해 먹어야겠습니다. 대신 간 마늘 말고 편마늘로 할게요.
혈중 마늘 농도 떨어지면 한국인 라이센스 기간 만료 떠서 다시 곰 된단 말이에요!
마늘만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