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는 한국인
”한국 사람들은 쌀을 안 먹어?“
매일 빵이 주식인 사람 마냥 빵만 먹어대고 있으니
그동안 같이 살았던 하우스 메이트들 마다 나에게 물어봤던 말이다.
“아니, 원래 한국도 쌀이 주식인데 내가 미친 빵순이라 그래!“
심지어 이 질문을 처음 받고 나서야 밥을 안 먹은 지 한 달이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도 빵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몸무게나 혈당도 신경 쓰는 편인데
무엇보다 곰탕이나 삼계탕에도 소금을 안 탈 정도로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해서
나에게는 한식이 빵을 먹는 것보다 오히려 양도 많고 짜고 칼로리도 높다.
말은 이렇게 장황하게 하지만 사실은 쌀 씻고 밥 해서 남은 밥 보관하고
밥통이랑 용기 씻을 생각 하니 그게 너무 귀찮았다. 차라리 안 먹고 말지.
(귀차니즘 끝판왕답게 그냥 굶기를 선택하고 다이어트했다고 정신 승리하는 편)
나는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 태어났어야 했습니다.
한국은 빵이 간식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여긴 정말 식사로 먹는다.
한국에서는 빵 먹었다고 하면 아직도
그게 아무리 식사빵이더라도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라던가 “그거로 밥이 돼“라는 말을 듣기 일쑤니까.
하루는 원두를 사러 커피 로스터리에 들른 적이 있는데 안에 딸려 있는 작은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자 길래 아침도 안 먹고 나왔던 나는 떨떠름하게 랩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이게 웬걸.
쇼케이스에서는 작아 보였던 랩이 어떻게 이렇게 클 수 있단 말인가? 모형이 아니라 분명 주문과 동시에 직원이 꺼내는 걸 봤는데.
그제야 이해했다.
이건 한 끼 식사가 맞다. 크기가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백인들은 연비도 참 좋지. 나보다 몸집이 두 세배나 큰 친구들도 샌드위치 하나 다 먹으면 배부르다고 더 이상 뭐를 안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삼겹살 굽고 냉면에 된장찌개는 기본이요 후식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는 한국인들 보면 기절하겠는 걸? 이미 “후식” 볶음밥이라는 말부터가 킬포인트.
또 빵이 주식인지라 마트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빵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식빵도 크기와 두께, 재료, 용도 별로 천차만별.
*마트 관련해서는 호주 물가 편에서 다룰 예정
아무튼 나에게 호주는 여러모로 천국이 따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타지 생활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는 음식도 소싯적 미슐랭도 다닐 만큼 다녀본지라 이제는 먹는 것에 집착이 크게 없기도 하고.
정확히는 중국 생활 이후 삶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게 되면서부터 그다지 미식에 관심이 가지 않게 되었달까.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