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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홍 Aug 31. 2024

18화 앵그리 치매와 피딩 지옥

에이지드 케어 실습 3주 차 후기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 1층에서의 2주,

3주 차부터는 2층에서 일하게 되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야외 정원과 로비가 붐빌정도로

활동적인 1층과 달리 2층 로비는 적막 그 자체였다.


왜 그런가 했더니 2층은 절반 이상이 혼자 거동이 불가한 레지던트이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아예 화장실이 없는 룸도 있고 복도 끝에 대형 욕실이 아예 따로 있다.


그런데 도대체 샤워를 어떻게 시킨담?

1층은 대부분 스스로 워커를 이용해서 화장실에 간다던지

기구를 이용해서 샤워 체어에 옮겨서 화장실로 가면 됐는데..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


유레카! 거대 샤워 트롤리가 있었다!


샤워 트롤리를 옆에 침대 옆에 붙이고 슬라이딩 시트를 이용해서 쓱 당기면 이동 끝.

트롤리 크기에 압도되었는데 막상 써보니까 힘이 하나도 안 들 정도로 너무너무 편했다.

(샤워 체어는 제대로 앉아 있는지 신경 써야 하고 치매라서 그런지 샤워 도중 갑자기 이유 없이 탈출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생기기 때문)

구글링하니까 약 13,000달러나 하는 이 샤워 트롤리. 한국 요양원에서 일했던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난생 처음 본다고 하던데 그럼 한국에서는 샤워나 목욕을 대체 어떻게 시키나요?


그리고 시작된 피딩(feeding) 지옥.


혼자 식사가 불가할 정도로 거동이 불가하기에 룸에 갖다주고 피딩을 해야 한다.

트레이 세팅부터 Thicken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1층은 한 명만 타면 되는데 2층은 절반 이상을 타야 하고 필요한 양도 다 제각각이다.

*Thicken은 음식을 더 쉽고 편하게 삼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음료의 점도를 조절하는 증점제이다.


그런데 사실 말이 피딩 지옥이지 몸은 더 편했다.

서서 하는 게 아니라 옆에 앉아서 천천히 해야 하기 때문에

방에 켜진 티브이로 뉴스랑 티브이쇼를 같이 보게 되니까 틈새 영어 공부, 오히려 좋아!


진짜 지옥은 앵그리 치매 버튼이 눌리면 시작되지요.


치매는 이성과 의지로 분노를 억제하는 게 안 되는데

이게 한 번 발동되면 얼마나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지

얼마나 대단한 목청으로 고함을 지르는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A 할머니.

한 번이라도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가면 “I’m your boss. You are so rude. You’re fired!“라며

모든 사람 붙잡고 bitch 넣어가며 고함 시작. 오죽하면 큰 아들이 방문할 때마다 무례해서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할 정도다.


힘 좀 빠지시게 내버려 두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Madam, Would you like to cuppa tea? with no sugar.“ 하면

“Yes, please. You’re a lovely girl.” 이라고 하며 스위치가 꺼진다.


우리 B 할아버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환시나 망상이 있는 치매라서 항상 뜬금없이 버럭 소리 지르며 주먹질을 하신다.

주먹질하는 그 손 꼭 붙잡고 이름 부르면서 “You’re a nice guy. Everyone here likes you and we are all helping you.

Are you alright? I know you are a good person.”이라고 달래면 갑자기 감동받았다고 눈물 흘리시면서 손등 뽀뽀 시작.


게다가 2층은 한 명의 분노 샤우팅이 시작되면 그 소리에

다들 버튼이 눌려 동시 다발적으로 샤우팅이 시작되는데.. 멘탈 게슈탈트 붕괴 주의.


그래도 이것만 아니면 점심 피딩 끝나면 퇴근 전 두 시간은 거의 할 일이 없을 정도다.

직원들이 아침에 배정표 확인하고 2층 담당이면 엄청 좋아하는데 그래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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