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드 케어 실습 4주 차 후기
Will you miss them?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리셉션에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이곳이 그리울 거냐고 물어본다.
Of course, I WILL!
고작 한 달 있었을 뿐인데 매일 얼굴 보고 몸을 부대끼다 보니
동료들 뿐만 아니라 레지던트들과도 나도 모르는 새에 정이 들어버렸다.
하루는 집에 가는데 입구 너머로 한 레지던트가
환하게 웃으면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데 괜스레 마음 한 켠이 찡했다.
어차피 뒤돌아서면 내가 누군지도 나한테 손을 흔든 사실도 모르실 텐데..
항상 음~ 하는 추임새를 넣으시면서 우아하게 식사하시고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주시는 이 금발의 할머님은
어렸을 적 다이애나 비 뺨칠 정도로 한 미모 하셨던 분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이 할머님뿐만 아니라 모두 각자 방에 소위 잘 나갔던 시절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뭐랄까. 인생의 덧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퍼스의 핫가이들이 다 모여있는 스카보로 비치의
풋볼 클럽 1기 멤버였던 할아버지도 계시고
레이싱과 승마를 즐기셨던 할아버지도 계시고
패션지에서 일하셨던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도 계시고
찬란했던 젊음은 사그라들고 흘러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늙음이 가르쳐주는 잔인한 진실이다.
원래도 미친 상상력의 소유자인 MBTI N 인간인 나는
널싱홈에서 일하고 난 뒤로 참 이상한 버릇(?)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마주치는 사람들의 노년의 얼굴을 상상하는 거다.
(의도적으로 상상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저절로 상상이 된다)
가령, 레스토랑에서 진상짓 하는 손님을 마주칠 때면
그 손님의 노년의 얼굴이 상상되는데 나중에 늙으셔서
지금 이러시는 게 정말 의미가 있으신 걸까? 하면서 오히려 가여워지게 되는..
삶의 유한함 앞에서 성공과 실패, 두려움과 후회, 기쁨과 슬픔.
우리가 애쓰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사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반대로 삶이 유한하기에 ”지금“ 이 순간들이 빛나는 거겠지.
감정이든 인연이든 끝이 있는 걸 알기에 매 순간 충실하고 노력해야만
나중에 뒤돌아 보았을 때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노년을 향해 흘러가는 이
삶의 도정 속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비록 서툴디 서툰 미천한 외국인 실습생이었지만,
나의 작은 손길이 조금의 보탬이 되었기를, 따뜻했기를.
Death makes everything kind of meaningless. But also it makes everything meaningful.
All your mistakes should be meaningless cause we’re gonna die anyway,
and all your accomplishments and everyone you love that should be meaningful because it might disappear on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