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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홍 Sep 21. 2024

24화 호주 대자연의 스케일, 카놀라 필드에 가다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

어느 날 새벽 갑작스럽게 성사된 봄나들이.


목적지는 퍼스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요크(York)의 카놀라 필드.


한국은 이제 가을이 시작되고 있지만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이제 봄을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겨울은 유난히 비가 자주 왔던지라

모두가 꽃구경을 비롯한 야외 액티비티에 굶주려 있는 상태.


마침 나도 @perthisok.local 계정을 통해 보고

가고 싶긴 했지만 너무 멀어서 마음을 접었었는데 굿타이밍!

*퍼스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로컬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맛집부터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가는 길에 헝그리잭에 들러 스낵을 포장했다. 먹고 싶었던 치킨 파미. 역시 파미는 pub feed라 그런가 펍에서 먹는 게 베스트인 듯. 기대 이하였다.


카놀라 필드, 한국어로는 유채꽃밭.

한 마디로 서호주의 제주 유채꽃밭에 가는 거다.


요크는 서호주에서 가장 큰 카놀라 생산지이면서 전체 호주 생산량의 40~60%를 차지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게다가 다른 주보다 높은 오일 함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호주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카놀라를 생산하고 있다고.


콜드 플레이의 Yellow를 무한 재생하며

달리다 보니 펼쳐지는 끝도 없는 유채꽃의 향연.



이 꽃들이 우리가 먹는 식용 카놀라유가 된다니 엄청나다!

순간 묘한 꿀향과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호주 대자연의 스케일. 이건 정말 극히 일부이다.

제주도 유채꽃밭은 눈으로 끝이 보였었는데 정말 스케일이 다르구나.


카메라로 한 화면에 담을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내가 포착한 순간들.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어 번역 표지판은 당황스러울 때가 참 많다. 그래도 이건 큰 오해의 여지 없이(?) 귀여운 수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친구가 왜 나에게 연락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자정을 넘긴 새벽 시간에 대뜸 연락한 것도 놀라웠지만

수업 들을 때 롤플레잉 과제 딱 한 번 같이 한 것 말고는 전혀 접점이 없었던지라..


Beacuse you’re a bubbly and fun personality!


수업 시간에 선생님한테 플러팅 하는 것도 그렇고

(허허. 그냥 수업 빨리 끝내 달라고 수 쓰는 거였는데.. 참고로 여자 선생님 ^^;)


어느 날 버스 타러 가다가 우연히 이 친구를 보고 누구야 누구야! 하고

이름을 크게 부르며 인사했는데 자기는 그게 기억에 너무 남는단다.

보통은 그냥 지나치거나 하는데 그렇게 명랑하게 인사하는 사람 처음이었다고.


귀한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채 어디에나 있고 운명처럼 자리 잡는다.


이 날 이후로도 우리는 종종 만난다. 심지어 그녀의 남편과 가족들도 함께!

내가 이런 식으로 네팔 친구가 생길 줄이야. 매번 이 친구를 볼 때마다

이 친구가 내어준 이 날의 용기가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몹시 힘든 일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냈다가도 연락이 뜸해진 사람한테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마음이 멀어진 거라 용기를 낼까 하다가도

불편하겠지? 하며 결국 연락을 못하고 서로 잊고 사는 게 대부분이니까 말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것들을 보고

값진 시간들로 채워가는 호주에서의 시간들.


오랜 시간이 흘러 앞으로 어딜 가서 무엇을 하든

이 시간들은 귀중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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