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보내는 추석
추석이다.
누군가는 타지에서 맞이하는 명절이 낯설고 외롭다고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일가친척이라도 불편한 오지랖이 약간 가미된
안부 인사 자리를 피할 수 있는 건 해외 생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조상 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 간다는데
나는 나를 잘 만난 덕(?)에 시티 비치에 누워있다.
시티 비치는 스카보로 비치와 코트슬로 비치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퍼스 시내에서 버스로 비치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는 유일한 비치다.
평화롭고 따뜻하고 큰 기복이 없는 상태.
전반적인 호주 생활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사에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단정 짓지 않고
하기 싫은 걸 안 하며 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한 상태일 수밖에.
도대체 이 나라에서 정신병 어떻게 걸리는 건데요.
굳이 시간을 내고 장소를 찾을 필요 없이
집 앞에는 공원이, 차 타고 15분만 나가면 바다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자연이 도처에 말 그대로 널려있다.
큰 타월 하나 딸랑 들고 공원이나 바다에 나가서 눕는 게 모두의 일상.
얼마나 일상이면 사무실 몰려 있는 고층 빌딩들 근처 공원에 가도 다들 누워있다.
이 여유가 나에게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숨 쉬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창이 공항에서 경유하며 필사했던 글을 꺼내본다.
참 잘 살고 있구나, 나 자신!
내 삶의 흔적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흘러가는 대로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을 믿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나의 무모한 인생 실험이 앞으로도 무탈하게 진행되기를..
보름달 보다 일광욕이 소중합니다!
You were born to shine
Like the sun, you will always be rising
When something looks out of reach, you keep trying
You've got a spirit inside of you, it ain't dying
It goes on and on, keeps you strong when you're like the sun
마르티나 스토셀 <Born to shin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