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세제로 네일 케어하는 법 (feat. 신박한 광고 연출)
호주에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처음 호주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저녁 먹고 뒷정리하다가
그들의 설거지 방법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설거지하랬더니 웬 물장난?
나: What are you doing?
당황한 호주인: What do you mean? I’m washing the dishes.
나: I mean.. you don’t rinse the soap?
당당한 호주인: I just let it drain.
나: Alright… and you wash all the dishes in one tub water?
황당한 호주인: Yes, That’s how we do it here!
그러니까 도대체 어떻게 했다는 거냐.
1) 개수대에 물을 받아 퐁퐁을 푼다
2) 비눗물에 그릇을 다 담근다
3) 그 물에 대충 슥슥 문지르고 꺼낸다
4) 마른 린넨으로 닦고 찬장에 넣는다
아니 “헹굼”이라는 행위가 어디 갔죠?
기름기 없이 뽀득하게 거품 없게 철저히 헹구는 게 설거지의 핵심인데.
방금 굴소스 잔뜩 넣고 몽골리안 비프 만드셨잖아요.
제대로 안 헹군 그릇들이 찬장으로 가는 걸 목격했을 때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오죽하면 아직도 그날 내 표정 이야기하며 논쟁하고 있는 토픽이기도 함)
도대체 왜 이러는지 궁금해서 Palmolive Dish Wash Soap(호주 국민 퐁퐁) 광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더 더 더 재미있고 쇼킹한 사실을 발견했다.
“Help improve red, chapped dishwashing hands. Mild on hands.” 라는 카피를 내세우며
그 정도로 세제가 손에 부드럽고 자극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신박한 시각적 연출.
*관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일부로 과거 영상을 찾아보았다.
ㄴ 영상 15초부터 뷰티 살롱 장면, 20초에 거품 물에 그릇 담갔다 빼는 설거지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https://youtu.be/3CFBPwCUTig?si=Su6AS7TUPr2Ym-Zn
그런데 그러고 보니까 호주인 친구들도 그렇고
세 번의 이사를 하면서 겪은 집주인들도 그렇고
고무장갑을 쓰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주방 세제 플러스 보습제로 쓰고 있었던 거였나.
아무튼 지난번 집주인 말로는 호주가 댐 바닥이 갈라질정도로 가뭄이 심한
물부족 국가여서 물을 틀어 놓는 걸, 가령 설거지나 샤워할 때, 철저히 지양했다고 한다.
지금은 괜찮다고 했는데
진짜 괜찮은 거 맞나요?
지난 8월 한 달 동안 트레인 앞 버스 정류장에 물 절약 공익 광고가 도배되었는데
샤워를 4분 안에 하라던데요. 안 가봐서 모르지만 한국 군대도 샤워 시간 5분은 주겠다.
물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가 될 줄이야.
호주에서는 떨어진 물방울도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