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홍 Oct 13. 2024

25화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초심을 찾다.

Stop giving a f*ck!

글태기가 왔다.

연재 시작 3개월 만에.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 삼 개월인 게 어디야?

지금 이렇게 당당하게 글감으로 쓰고 있는 거 보니 나도 호주인이 다 됐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호주 친구한테 예전처럼 글이 안 써진다고 하니까

“Why are you being so harsh on you? Take it easy.”라는 답변이 왔다.


글태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일단 사색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해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지난 8월 한 달간의 고된 실습에 대한 보상이 필요했는지

9월 한 달은 틈나는 대로 봄을 핑계 삼아 호주의 자연을 만끽하러 다니기도 했고


와중에 일터도 옮기고 간호대 진학에 필요한 영어 성적을 위해 PTE 학원도 등록했지,

코스 자격증 발급 직전에 transition이 생기는 바람에 추가 과제도 계속 제출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Elizabeth Quay. 나름 글태기를 극복해 보려고 글쓰는 장소도 바꿔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역시 뭐든 마음의 여유가 제일 중요한듯.


자, 다시 본론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


난 왜 글을 쓰기 시작했던가? 그것도 브런치 연재로.

단순 일상 기록용이라면 블로그나 일기장에 적어도 되었을 텐데.


오글거리고 식상한 대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글을 보고 누군가가 용기가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막차의 막차로 온 덕에 여기서는 항상 언니 포지션이라 종종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20대 때 열심히 멋 내고 폼 잡고 살아본 덕에 지금의 나와 내 인생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그런 자유했던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러니 자매들이여, 20대에 할 수 있는 삽질을 반드시 하세요.


그 삽질을 호주 워킹 홀리데이로 하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전 세계의 용기 있는 멋진 여자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커리어 끊긴다 결혼 못한다 어쩐다 코리안 안돼 라이팅에 겁먹지 마세요.


워홀 다녀온 여자는 걸러라?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그 멍청이들을 거르는 중입니다.

그들의 잠재적 신붓감 리스트에서 하루빨리 탈락하는 게 인생에 이롭습니다.


영주권자 아닌 이상 사실상 최하층 외노자 신분으로

당장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기 바쁘지 남자 만나서 희희낙락할 시간 1도 없습니다.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리고 국제 연애가 쉬워 보이나요? 문화 차이 그거 보통 일 아닙니다.

이미 중국에서 깨달았지만,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 만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아무튼.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기 때문.


”이민 1세대? 까짓 거 내가 할게. 영주권 따낼게.“라며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해 묵묵히 버티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타인과의 경쟁이나 비교에서 멀어져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하고 마침내 나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


이렇게 사는 게 한국에서도 가능하지만, 호주가 환경적으로 더 적합한 것 같다.


어딜 가든 섣부른 판단이나 편견 없이 나로서 존중받고 워라밸이 보장되니

삶이 참 단순해지고 그 단순함 속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그게 무엇이든 실패에도 의연해지고 그냥 뭐든 잘될 거라고 믿으며

넘어졌을 때도 당당하게 F*CK UP! 외치며 탈탈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자만이나 안일이 아닌, 누구보다 나를 단단하게 믿을 수 있는 힘.

내 힘으로 우뚝 서서 내 인생을 꾸려가는 든든한 이 기분을 모두가 누리기를 바란다.


Stop giving a f*ck and start living your best life today!


자꾸 F*ck 얘기가 나온 김에.. 곁들이는 책 추천.

The Life-Changing Magic of Not Giving a F*ck! - Sarah Night
사라 나이트의 시리즈들. 뻔한 자기계발서의 진지한 분위기 대신 유머와 솔직함으로 가득한 책이라서 원서로 읽기도 쉽다. 특히 위 도표는 정말 실용적이다.


주말에는 종종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곤 하는데 너무나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예전에 TED 강연을 보고 매료되었던 *안티 구루, 사라 나이트의 원서를 만나볼 수 있다니!

*안티 구루(Anti-guru)란?

일반적인 자기 계발 전문가와 반대되는 사람, 이들은 “이렇게 해야 행복해진다, 성공한다”라는 식의

뻔한 방식들을 제시하는 게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The Life-Changing Magic of Not Giving a F*uck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우선순위에 맞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자유롭고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면 강력 추천!

ㄴ 영상은 하단에 첨부 https://youtu.be/GwRzjFQa_Og


이전 26화 24화 호주 대자연의 스케일, 카놀라 필드에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