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 오징어 탈출 공략집 11: 글쓰기의 딜레마
쓰느냐 마느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소재가 없어서도 아니었고, 귀찮아서도 아니었다.
음... 솔직히 사는 게 바빠서 야악간은 귀찮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죄송.
어쨌든!
40대 중년남 오징어 탈출이라는 주제로 글을 풀어나가다 보니 필연적으로 나는 조금은 더 깊숙한 나의 내면의 깨달음에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럴 때마다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는 망설여짐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글을 쓰는 처음에는 그저 에피소드성의 이야기들을 웃어넘기듯 최대한 가볍게, 그 와중에 예쁘장하고 나름 화려한(?) 분투기만 어떻게든 추출하여 써볼까 했는데
그러다 보니 차츰 겉도는 이야기만 하게 되면서 그 이율배반적인 유혹에 스스로 글을 씀에 있어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아예 누가 봐도 꺼릴 것 없는 윤기 나는 이야기들로 주제로 싹 바꾸어 뭘 써도 부담이 없게 다시 해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 중, 나는 문득 이전의 내가 기록했던 글들을 첫 회부터 쭉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굳이 한 차례 수정까지 하면서까지 명기했던 첫 회의 아래 멘트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갑갑한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어디 잠시 내비치는 것조차 지탄의 대상이 될까 봐, 행여 하이에나 같은 호사가들의 손가락질이나 받을 까봐 꿋꿋이 아닌 척하면서 비슷한 심정으로 꾸역꾸역 속을 삭히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상 어느 동료 아저씨 한 명에게라도,
조금이나마 나의 기록이 힌트를 주거나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 봐주신다는대서 사실 위로는 내가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보면, 사실 나는 무얼 딱히 칭송받기를 바랐던 것도 아니고, 빛나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애당초 아니었으며 (물론 그런 글들도 일련 굳은 주관의 방향 제시나 영감의 조언을 준다면 아주 소중한 글임에 분명하다.),
그저 나의 생각과 시도들을 정리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년의 아저씨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하는 취지 아니었던가.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내면과 생각을 글로 드러냄에 있어 스스로 이런저런 제약과 미장을 덕지덕지 붙이는 순간 글 쓰는 것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OK.
그냥 쓰자.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혹 나이스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지언 정,
삶이라는 만만치 않은 여정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보고자 이런저런 시도와 사색을 해보고, 정보든 깨달음이든 내가 얻은 것을 기록하고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당당하게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음 화에서는, 이 여정의 2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하려다가 말았던 고통의 제거, 그중 하나의 경험과 깨달음을 말해 보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통의 제거는 행복을 위한 시도보다 훨씬 더 묵직한 일이며,
그렇기에 더 막막하기도 하고, 단편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중장기에 걸친 시도가 필요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 그 흐름을 나의 의지대로 틀었을 때는 그 어떤 취미나 운동으로 오는 성취보다도 값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화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고통 제거 시도의 주제는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