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 오징어 탈출 공략집 9: 내려놓기
그렇게는 난 못살겠다.
사실 오늘의 주제는 내려놓기와 감사 리스트였다.
내려놓기.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 포기하면 편하지.
심지어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을 쓰는 이 순간 이미 본능적으로 뒷덜미 텐션이 축 풀리면서 평화가 밀려온다.
흔히들 더 소프트한 표현으로 내려놓기라고 한다.
물론 내려놓기라는 뜻은 단순히 포기하라는 말은 아닐 것임을 안다.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기.
그렇지.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쭉 써보며 감사해야 할 것을 하나씩 적어보면 역시 마음이 평온해진다.
약간 얍삽하긴 하지만 나보다 더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보면 위안을 얻기도 한다.
뭐.. 다들 없지 않아 그런 경험들이 있긴 할 것이니 굳이 치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오케이.
내려놓기와 감사하기의 콜라보.
내려놓기와 감사하기의 이 강렬한 콜라보라면 뭔가 될 것도 같다.
어련히 옛 성현들이 지당한 말들을 해줬을까.
잠시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본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을 주는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행복으로 가기 위한 마인드인가!!
그렇게 내려놓을 것들을 정리하고 감사할 것들을 적어보면서 잠시 마음의 평화를 느껴본다.
....^_^
.........-_-a
.................??
.........................!!?
웨애이러 미닛.
음..
솔직히 말하면 이건 그냥 거세를 당한 환관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심지어 십상시 같은 환관들은 일련의 어떤 보상 심리로 어린 황제가 등극했을 때 외척과 결탁하여 더 악착 같이 권력과 부에 집착하였고 그 폐단을 결국 당시 명문가 집안이었던 원소가 척결하였다.
* 원소도 본처의 자식은 아니었다. 뭐 환관이든 원소든 다들 나름대로의 애로사항들을 안고 살아온 건 인정..
아니, 내려놓기와 감사하기가 무가치하고 하등 잘못된 아이디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내려놓기와 감사하기는 격동 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유지는 데 써야지 어차피 인생 유한한 거 마음 비우고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살라고만 받아들여선 안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돌이켜 보면, 온갖 고뇌와 좌절의 인생 난입 중에서 나를 붙잡고 궁극의 평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마취 주사 같은 내려놓기와 감사하기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이었다.
어이 거기!!!
당신 인생이 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갓!!!
욕심은 불행의 씨앗!!!
고통의 크기는 줄지 않을 테니 인생 그냥 처 사는 것!!!
라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의 빛을 뺀다면 그건 앙고 빠진 찐빵이요, 승모근 없는 보디빌더와 같다.
나는 누가 뭐라고 조소해도,
그렇게는 못살겠다.
가진 거라곤 쌍문동에 전세 집하나 달랑 있어도,
때로는 온통 사방이 벽으로 막혀 숨이 막히는 것 같아도,
너 따위가 뭔 꿈을 꾸냐고 빈정댐을 받더라도,
그럼에도 뻔뻔하게 희망의 빛을 끝까지 바라보고자 한다.
아하, 물론 내려놓기를 한다면 인생을 전반적으로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려놓고 가도 될 것들만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가겠다.
감사는 하겠지만, 거기서 안빈낙도로 주저앉지 않고,
뻔뻔하게 희망의 빛으로 걸어가기 위한 든든한 지반으로 사용하겠다.
프롤로그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뭐 결과적으로 희망하는 것들이 되든 안 되는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다.
오늘을 살라며.
오늘을 살려면 뭐가 되었든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의 빛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의 강렬한 엔도르핀이요, 행복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하..
하지만 솔직히 답답한 것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호쾌하게 되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꿈꾸련다.
희망이란 녀석의 멱살을 움켜쥔 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