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봐. 진달래꽃이야. "
시청 뒤에 작은 뒷동산이 있다. 집에서 나와 느린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기지개를 켜자 우리도 산책이라는 기지개를 켰다. 태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여전히 겨울이 머물고 있었다. 나뭇잎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들, 색을 잃고 쌓여 있는 낙엽들, 겨울 산은 생명이 사라진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하고 외로운 회색 겨울산에 봄 손님이 찾아왔다. 잿빛 세상에 연분홍 꽃송이가 색을 덧입혔다.
'아아... 색이 돌아왔다.'
은은한 분홍빛이 강렬한 빨간 장미보다 더 화려하게 느껴졌다. 이상하다. 분명 눈에 띄는 색이 아닌데도, 저 작은 꽃이 모든 풍경을 압도하고 있었다.
"태주야 그거 알아? 너는 여자인 나 보다 꽃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 너는 꽃이 왜 좋아?"
"무슨 생각이 들긴… 그냥 좋은 거지."
"아이 참, 그냥 좋은 거 말고 꽃을 보면 좋은 이유가 뭐냐고.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에는 꽃을 보면 에너지를 느끼거든. 겨울에는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하고, 낙엽들도 색이 바래서 온통 회색빛을 띄는데 봄이 되면 흑백 세상에 꽃이라는 색이 입혀져.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꽃은 봄을 알리는 신호야. 추운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에너지를 깨우는 거 같거든. 꽃의 화려함은 에너지의 폭발처럼 열정적이야. 나는 꽃을 보면 그런 열정을 느끼거든. 너는 어때?"
"음… 그러면 나는… 꽃을 보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서 좋아. 그냥 꽃이 내뿜는 화려함이 주는 강열함에 빠져들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렇게 나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꽃을 보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도, 머릿속에 복잡했던 생각도 다 사라지거든."
"아~ 그러면 너에게 꽃은 힐링인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힐링 타임?"
"응 맞아. 꽃뿐만 아니라, 나무나 숲, 바다를 보는 것도 바람을 느낄 때도 비슷한 거 같아."
우리는 꽃 하나를 보더라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꽃을 좋아하는데도 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또 너를 알아간다.
너는 꽃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 너에게 꽃이란 복잡한 생각을 날려버리고
너를 쉬게 만드는 존재구나.
꽃은 너에게 안정과 평온을 선물하는
힘을 가지고 있구나.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편안한 쉽이구나.
나는 또 생각한다.
너에게 편안함을 주어야겠다고.
너는 나의 사랑을 편안함 속에서 느낄테니…
나는 너에게 안정과 여유, 그리고 편안함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