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인간은 도덕을 초월할 수 있는가?

by 읽는 인간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젊은 시절부터 극적인 삶을 살았던 도스토옙스키의 개인적 경험과 철학적 사유가 깊게 투영된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작가 특유의 심리적 탐구가 돋보이며, 이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선 깊은 사유의 장이 된다. 위대한 고전이란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의 혜안을 담고 있으며, 작품 속 근원적 질문과 철학적 성찰이 시공간을 초월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160년 전 작가가 던진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은 오늘날 우리 삶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된다.


세 번의 독서, 다른 시선

처음 읽은 <죄와 벌>은 범죄 소설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셜록 홈즈에 푹 빠져 지내던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셜록 홈즈와 달리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알려줘. 그래서 추리하는 재미는 없어. 그런데 범인과 형사가 나누는 대화가 숨 막힐 정도야. 나는 죄를 짓고는 못 살 것 같아.” 당시 나는 이 작품을 새로운 장르의 범죄 소설로 받아들였다.


두 번째 읽은 <죄와 벌>은 심리 드라마였다.

대학교 시절, 도서관 근로장학을 하며 러시아 문학에 빠져들었다.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호프까지. 그들의 작품은 인간 내면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글은 나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외면하고 싶은 감정과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읽은 <죄와 벌>은 철학서였다.

10여 년 전, 고려대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듣고 새롭게 이 책을 펼쳤다. 현실의 무력감, 지적 우월감의 허상, 죄책감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가?”


나는 내 삶 속에서 도덕과 양심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라스콜니코프라는 청년의 고뇌, 몰락, 그리고 구원의 여정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도덕을 초월할 수 있는가?>,

<이론과 현실이 충돌할 때, 인간의 선택은 뭘까?>,

<죄와 벌을 통해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라스콜니코프는 ‘초인(Übermensch)’ 사상을 신봉하며,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스스로를 위대한 인간이라 믿으며 선과 악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위대한 인물은 기존의 도덕과 윤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논리는 낯설지 않다. 오늘날에도 성공과 권력을 위해 윤리를 무시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때때로 효율과 이익을 도덕보다 우선시하도록 요구한다. 더 높은 자리로 오르기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작은 죄’를 합리화한다. 그러나 작은 죄가 쌓일수록 내면의 불안과 갈등은 점점 더 자라난다.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의 이론이 무너지는 순간 느꼈던 고통은 단순한 소설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작품을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도덕을 초월하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책감과 양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살아가며 수없이 갈등하고 때로는 현실의 이익을 위해 도덕과 타협했다. 그러나 도덕을 벗어난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는 결국 내면의 목소리가 가장 정확하게 답해준다.


인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과 용서를 통해 진정한 구원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가 찾은 구원은 도덕적 초월이 아닌,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 속에 있었다. 초인이 되고자 했던 라스콜니코프는 결국 초월이 아닌, 내면의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만을 들추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한 작가였다. 그는 말한다. “도덕이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반추하고 실천해야 하는 가치이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묻는다.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함께하는 책:

- <죄와 벌>, 김연경 옮김, 민음사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김연경 옮김, 민음사

- <가난한 사람들>, 석영중 옮김, 열린책들

- <도스또에프스끼 평전>, 에드워드.H.카, 열린책들

-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석영중 저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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