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비둘기(열린책들, 2012)’
100페이지 남짓 얇은 책이라 쉽게 읽히고 몰입감이 높다. 작가는 ‘좀머씨 이야기’, ‘향수’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 사람 내면의 심도 있는 묘사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다.
예고 없이 찾아든 불청객
가엾고 늙은 파리의 어느 은행 경비원 ‘조나단 노엘’. 단조롭고 안정된 그의 일상에 예고 없이 파고든 비둘기 한 마리. 조나단은 아무런 준비나 예고 없이 갑작스레 불청객을 마주하게 된다. 그저 부자연스러운 불청객을 마주한 것일 뿐인데 그의 일상은 흐트러진다. 그리고 흐트러진 일상에 부적응한다.
예민하고 남루한 우리들에게 보내는 연민
참아내는, 억눌린 감정의 폭발. 이마저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하고 또다시 억누르고 마는 참아내는 인간, 조나단 노엘. 예고 없이 마주한 불청객, 비둘기로 인해 예민해지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 편의 우스꽝스럽고 따스한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싶다. 감정의 소모와 억압의 부작용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섬세함에 이끌려 다른 책들을 찾게 된다.
평범한 나 역시 조나단과 다를 게 없다. 일상에서 느닷없이 불청객을 만나고, 흐트러진 일상에 흔들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의 확장들까지. 조나단이 그러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살아간다.
‘내면의 자유는 스스로 억압하고 있을 뿐, 애초에 나는 자유로운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