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정의

by 김성희

“파단된 가정을 정리하는 일은

무너진 관계를 끝내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정리하고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이미 한번 파탄된 관계는

마음과 마음 사이에 높고 두꺼운

벽이 생겨난다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마음

한 공간에 머무르지만

마음은 어쩌면 타인보다도 멀어진


하지만 나는

파탄된 부부사이를 정리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기보다

앞으로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더 가까이

또는 더 멀리가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떠나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재정의를 내리는 시간들이었다


조금 더 차가워진 생각과 마음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인간의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삶을 소망한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괜찮을 수 있지만

나는 나만의 상상을 입힌

부부라는 세계에 살고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그 혼란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해서 더 날카롭고 더 깊은 상처로

나 자신을 구멍이 나도록 찌르고 있었는지도


탄탄하다고 착각했던 가정

인간의 도리만큼은 놓지 않을 거라는 착각

쓰레기 같은 인간들 앞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던 마음


나는 어쩌면 그 시간들을 통해

단단한 바위 같은 사람이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초연한 삶을 원했던 내게

배움의 공부를 줬던 시간이라 여기려 한다

이제 인간이라는 실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했던 과정 속에서

생긴 분노, 슬픔, 원망, 죄책감 등의

온갖 감정을 느끼며

한 인간이 어떻게 쓰러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살아내야겠다는 마음

다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

절망 속에서 다른 희망을 품는 마음

오직 세상에 홀로 견뎌야 하는 지독한 외로움

그리고 인간은

한 없이 약하지만

한 없이 강함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


그 모든 것은

스스로의 생각 마음 선택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하여

나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해

또 무엇이 소중한가에 대해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남편'이라는 스승

그토록 사랑했고

처절하게 증오했던 그 사람이

그저 내 인생에 나타나

나를 단련시키는 스승이었을 것이라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

물처럼 흘러 바다가 될 수 있는 삶

모든 희로애락은 그저 삶의 뿌리에서

나누어지는 가지들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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