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가는 데도
나를 알아가는 데도
삶의 의미를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 일들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는 일들이니까"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중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길고 어둡고 차가운 시공간에서
철저하게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것은
그와의 싸움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지독하게
버텨낸 날들
누구도 나의 아픔과 상처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
내 삶이 힘들어질 때면
그렇게 가깝고 많았던 사람들조차
더욱더 완전한 타인이 되어버렸다
외도는 들키는 순간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파괴시킨다
쌓아왔던 신뢰를 송장처럼 불태워버린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은 내 삶을 완전히 멈추게 했지만
어쩌면 그 멈춤으로 세상을, 사람을 더 넓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장을 주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
그것은 어쩌면 그 시간들을
버텨낸 자신의 힘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 사람을 남편이기보다
아이들의 아빠
그리고 그저 한 사람의 존재로 바라본다
예전의 나의 남편
나의 사람
내 아이들의 아빠..... 등등
그 모든 수식어들을 정리했다
그러므로
나는 그에게서 더 멀리 멀어질 수 있었다
온전히 내게 어떤 존재라는 정의보다
한 사람, 한 남자........
그것으로 관계의 정리는 더 명료해졌다
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에게 어떤 사람'이기보다
그 사람 존재만으로 인정하려 한다
내 삶에 어떤 인연이 온 것처럼
누군가에게 나 또한 어떤 인연으로 마주했을 뿐
지옥 같은 그 시간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무너졌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절대 무너지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려놓음이 무엇인지
인간에 대한 많은 것들을
한 사람을 통해 깨달은 시간이었다
한 때 그와 나의 사랑했던 시간은 모조리 사라졌지만
'나'만큼은 세상에 여전히 남겨졌다
'나'를 지켜낸 나에게
'참 잘 버텨냈다고, 참 많이도 애썼다'고
이제 '희망'이라는 두 글자로
매일 설레이는 삶을 살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