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신이 주신 축복이다

by 김성희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겠노라고......

인간에게 망각이 없었더라면

끝없는 고통과 지옥에서

다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리라


이 글을 처음 시작한 그때와

지금의 나는

시간과 망각이 가져다준

살아냄의 결과이다


그가 나의 삶에 끼어든 것인지

내가 그의 삶에 끼어든 것인지 모를

다만

사랑했었고 고통스러웠고

인내했고 수없이 나를 죽였던 날들


'적당히 잊음'이 나를 살게 한다

이제 희미해져 가는 그 시간들이

나와 내 삶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감사했다

처음으로 망각에 대해 감사했다


부모를 떠나보내고

사랑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깨달았다


나는 나의 사람들을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냥 그들의 삶이었을 뿐이었다고

고의든 타의든

선택했다면 그들의 선택일 테고

우연치 않은 일들이었다면

그것은 그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뿐이라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숨 쉬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


그가 내게 주었던 그 시간들을

감정들을

이제는 아득히 먼 일로 느껴진다


그것은 내가 완전히 잊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명일지도


지금 다른 어떤 고통으로

숨 쉴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또 저처럼

사랑하는 세상에 단 한 사람에게

심장을 관통하는 아픔과 상처의 칼을 맞았다면

잊지 마세요

우리에게 신이 주신 '망각'이 있다는 것을



이전 20화삶의 재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