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쯤은.......

by 김성희

사랑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어버린 우리의 삶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있다는 이유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우리는 참 어리석은 인간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착각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짐작은 오해를 낳을 뿐이다

내 생각은 그들의 생각이 아니다

직접 질문하는 것

그것만이 답이다


물어봤어야 할까?

한 번쯤은


너는 무슨 마음으로 그랬냐고

나한테 미안한 마음 없었냐고

그때도 지금도

네 마음은 어떤 마음이냐고

이렇게라도 물어봤어야 하는 것일까?


한 번쯤은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다

나의 욕심이었던가

그럴 마음 없는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을 거라는

나의 착각이었는가


산산조각 난 신뢰로

너와 나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고 싶었던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나는 너의 곁에 남아있다


진심으로 살아가고 싶다

진심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가끔 나를 배반하더라고

나는 그 모든 순간들에

최고로 사랑했고

최고로 증오했다고


한 번쯤은

내 앞에서 자신의 가슴을

쥐어짜며 무릎 꿇는

네 모습을 보고 싶다


나 또한 한 번쯤은

네게 그렇게 잔인한 고통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처절하게 부서지고 망가지며

살아있는지 조차 모를

자신을 잃는 그 시간

하루를 백 년, 천년처럼

쥐어짜는 심장을 움켜쥐어야만 하는

지옥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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