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란 가장 평범한 날인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가장 소중한 날이다." -괴테-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처음처럼 중 신영복-
나에게 오늘이란 어떤 의미일까?
요즘 나에게 오늘은...
아니 매 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예전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그 시간들이...
지나간 과거를 살아내고 지금 여기 있는 나 자신에게
'너 참 대단하다. 잘 살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라고 칭찬하고 싶은 날들이다.
그때의 오늘과 지금의 오늘은 내게 너무도 다른 의미들로 다가온다.
시간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래도 이만하면 참 잘 살아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날들을 만들어 내는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오늘과 연애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은 내가 무엇을 쌓아갈 수 있을까?
오늘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줄까?'
그렇게 두근거리는 오늘을 맞이하고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며...
그 수많은 처음을 마주했던 시간들 중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처음이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냈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24시간 독박 육아맘으로 살았던 시간...
퇴사를 하기 전 나에게 오늘이란 늘 챗바퀴도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날들로 여겨졌다.
직장생활에 있어 매일 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업무들로 반복되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환경에 숨이 막혔다.
가정에서도 역시 매일 육아와 가사가 반복되고
가사는 그 어느 것 하나 내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의 삶인가?
이것이 맞는 삶일까? 이것이 과연 행복을 꿈꾸던 결혼생활일까?'
매일같이 몇 년을 늘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하루를 견디고 참고 버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일주일 내내 늦은 귀가를 하는 남편.
아이들이 잠들어서야 귀가하고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 출근하는.
아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었다.
가끔 아빠의 얼굴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처음 낯선 사람을 보듯
울어대던 둘째 아이... 그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과연 아이들의 시간 속에 아빠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것일까?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빠 없는 아이처럼? 불쌍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이 되어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아서...
부모와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짧기만 한데
그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마음 한편이 아파왔다.
타인들과 보내는 시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내어주는 그를 보며
그에게 가족과 가정이 존재하긴 한 것일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앞에 가족은 늘 뒤에 숨겨져 있는 듯했고
그런 그를 보며 가끔씩 치밀어 오르는 분노 앞에서도
최대한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래서 늘 그에게는 아무런 말도 내색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켜보기만 했던 나의 잘못이 그런 시간을 만들어 내었을지도...
그렇게 가사와 육아는 고스란히 나의 일이 되어버렸고
그 반복되는 일들은 어느덧 당연함의 시간들로 바뀌었다.
큰아이가 5살이 되기 전까지 24시간 독박육아는 계속되었고
나의 지친 몸은 늘 수면부족과 영양부족으로 인해 점점 야위어 갔다.
아이들을 돌보다 화상을 입은 내 몸조차 돌볼 겨를도 없이
엄마로 사는 나는, 아플 시간도 없는 그런 존재로 살아갔다.
내 인생인데 그 어디에도 나의 존재는 없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랬겠지.
육아 앞에 세상 모든 엄마가 그리 살아냈겠지...
어린 자식은 부모의 몫이니까.
한계에 치닫는 날이면 이런 지루함과 반복이 끝날 것 같지 않아 숨이 막혔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소원이 없을 거라고...
누군가에게 혼자만의 하루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충분하고 고마운 시간인데,
그런 단 하루를 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가여웠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시간들이 스스로 안쓰러워 눈물로 많은 날들을 삼켰다.
누군가가 알아주라고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정에서만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당연함이라는 생각과 마음이 가져다주는 상처...
우리는 어쩌면 서로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들조차
당연함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 세상에 그 무엇도 당연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을
어른이라는 이유로 내색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히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느 한쪽이 더 이해하고 참으면 되겠지...'라며 체념하고
그저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일에 최선을 다 했다.
그 또한 내가 선택한 내 삶이었으므로,
그 누구의 원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나를 위해 살아갈 시간은 있긴 한 걸까?'
'내가 선택했던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잘한 것일까?'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반복되는 육아와 일들이 주는 답답함이 나를, 아니 나의 삶을 서서히 지치게 만들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지칠 때면 많은 생각들이 나를 수없이
뒤흔들어 놓았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나를 잃어버린 시간들이었을까?
또 다른 나를,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던 시간들이었을까?
24살에 결혼하여 11개월 17일 차이 나는 연년생 아이들을
하나는 업고 하나는 안고 누구의 도움 없이 악착같이 해내던 시간들.
그 당시 나에게 육아의 기억은 행복이 아니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단지 내 아이라서, 내가 부모이기에 최선을 다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나를 더 키워낸 시간이었음에는 분명하다.
나의 한계를 극복했던 시간이었을지도...
엄마로서 마주한 그 처음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처음
지금은 커 버린 아이들을 보며, 못내 못해주었던 사랑과 아쉬운 시간들만
가슴에 남아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 한편을 찢어놓는다.
여러분들은 수많은 처음 중
가장 힘들었던, 그래서 가장 자신을 성장시켜 준 시간이 언제인가요?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며, 가장 젊은 날인 동시에 가장 늙은 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우리 지나갈 오늘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매 순간 진심으로 살아가길.
늘 처음처럼 설레는 삶을 살아가길.
처음이 가져다주는 수많은 패배에 지지 않기를...
수많은 처음을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