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으로 힘들었겠다. 참 바빴을 테고, 허겁지겁 달렸을 테고,
그래서 넘어졌을 테지. 까진 상처에 아팠을 테지.
그리고 다시 일어난 대도 아주 지쳐 있을 테지.
아픈 마음 다독일 새 없이 나아가다 쓰린 곳 또다시 다쳤을 테지.
내가 감히 당신을 알겠냐만, 어떤 상황인지 알겠냐만,
얼마나 힘들지 알겠냐만... 그래도 힘들었겠다. 지쳤겠다 이야기하겠다.
또 괜찮아질 거라, 나아질 거라, 더 좋은 일생길 거라 이야기하겠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본문 중-
"너를 지금까지 살아내게 한 8할이 뭐야?"
커피 한 모금과 유리 너머로 보이는 예쁜 바깥의 푸르름을 보고 있는 내게 언니가 물어왔다.
"어? 뜬금없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무엇이었을까?'
잠시 나의 삶을 스치듯 돌려보았다.
"나를 살게 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를 살게 만든 가장 큰 이유...
그런데 언니의 질문에 나를 살게 한 그 8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언니는? 언니는 무엇이 언니를 살게 만들었어?"
"나는... 책... 인생에 가장 힘든 순간에 죽어라 2년 동안 책만 읽었어"
"그럼 언니는요?" 언니 곁에 있는 지인분께 물었다.
"저는 군것질요."
"녜? 귀여워요!"
52살이 다된 언니의 답변에 순수함과 다소 엉뚱함이 묻어나 순간 웃어버렸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세상에 나를 버티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언니의 지인분은 군것질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을 느꼈을 테고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을 테지...
내가 살아온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긍정의 힘이었지만
힘듦의 순간마다 나를 위로해 주었던 다른 무엇들 또한 존재한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었던 내게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누군가의 딸로서 조건 없이 사랑받았던 기억과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내게 가장 일 순위였던 나의 아이들과
현실의 괴로움을 잊게 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독서와
나의 감정을 모두 흘려보내기에 충분했던 글쓰기,
미친 듯이 했던 등산, 그리고 눈물과 웃음...
생각해 보니 순간마다 나를 살게 했던 것들이 달랐지만
그중에서 8할을 차지했을 만큼 긍정적인 나의 생각은 정말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울만큼 울고, 슬퍼할 만큼 슬퍼하고, 아파할 만큼 아파하면서도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지나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반복하며
힘듦의 시간에서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요즘 나의 시간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나를 살게 하는 이유다.
"엄마, 이 번 시험이 내게 정말 중요한 순간이야.
그런데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내가 공부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자신의 꿈을 향해 발을 내딛는 첫 관문 앞에 불안해하는 아들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공부한 시간이 길다고 다 합격하는 것은 아니잖아.
시간이 짧아도 얼마나 몰입하고 강도 있게 했는지 너의 노력을 엄마는 알아.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간절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누구보다 너 자신이 잘 알잖아?"
"엄마, 난 정말 간절해. 그래서 욕심인건 알지만 한 번에 시험에 합격하고 싶어."
"그 욕심. 너뿐만이 아니야. 시험 보는 응시자들 누구나 합격하길 바라고 응시하는 거지."
"그래도 아들 양심 있네?
그 힘든 시험을 한 번에 붙는다는 게 힘들다는 것. 그래서 욕심이라고 표현하는 것.
"엄마가 보기에 너의 짧은 시간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시간이었는지 엄마는 아니까,
그런 욕심부려도 돼!!! 차분히 마지막까지 잘 보고와"
그렇게 말해주고는 시험장소로 떠나는 아들을 내려줬다.
아들이 오랜 시간 동안 꿈꾸 오던 경찰.
한 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들이기에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에
얼마나 기대되고 또 불안해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간절한 꿈 꼭 이루어질 엄마도 함께 기도해 줄게.'
한때 나의 전부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잘 자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나, 그리고 세상 모두의 부모님들...
순간순간 나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소중한 너희들.
너희들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고 있을 때면
'더 잘 살아내야겠다. 자식들이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롤모델로 살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어른답게 부모답게 그렇게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 매 순간 노력했다.
너희들의 그 밝고 맑은 눈동자에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가득 담아주고 싶다.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복한 기억을 더듬고, 나의 힘든 시간을 더듬고, 그렇게 살아온 나의 삶을 더듬고,
내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는 이 시간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돌만큼 애틋한 나의 시간들을, 잘 살아왔고 잘 살아내고 있는
그래서 잘 살아낼 나의 시간들이 될 것이라는 그 희망.
오늘도 나를 살아내게 하는 그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그 문장이 주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이제는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삶이, 누군가의 삶이, 왜 그토록 소중한지를...
지금까지 살아온 그 모든 날들이 이미 대단한 시간이라는 것을.
누구도 쉽게 살아온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살아내느라 참 애썼다'라고...
살아온 시간에 상관없이...
그리고 자신을 지탱해 주는 자신만의 8할이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잘 살아내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만의 발치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런 지혜롭고 현명한 삶을 살아가길...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떽쥐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