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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희 Aug 09. 2024

불안이 나를 흔들 때

'두려워했던 실패를 경험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조앤롤링-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하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다.'

 -에르하르트 톨례-


'너는 무슨 강박증 있어? 어떻게 매일 그렇게 타이트하게 살아?'

'강박증? 내가?' 

제삼자,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나의 일상들이 그리 보이나 보다.

무엇인가에 불안해 쫓기듯 사는 삶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안해하지 않는 삶도 아니다.

그냥 넋 놓고 흘러가는 그 시간들이 내게는 아깝게 느껴질 뿐이었고

매 순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

내가 원하는 삶, 나의 꿈, 나의 목표가 있기에 그 지점을 향해 가기 위해 나의 하루에

쪼개어 놓은 루틴들이 있고, 그 루틴들을 빠짐없이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주위에서 보는 나의 시간들은 어쩌면 '여유'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의 삶에서 충분히 나만의 여유로움 또한 가지며 산다.

가끔은 모든 일들을 정지시키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휴식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다.

마음이 즐겁고 평화로운 그 시간들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주 가끔씩 몸이 신호를 보내는 날이 있다.

축축 늘어지고 주체할 수 없이 잠이 몰려드는...

그럴 때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이 알아서 나를 쉬게 한다.

끝없는 잠으로 나를 이끌고 내 일상의 일들을 알아서 '정지'버튼을 눌러준다.

충분한 수면이 보약이 되는 나는, 그럴 때면 잠에 취해 하루 온종일 잠만 잘 때도 있다.

그날의 할 일을 못하더라도 몸이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그 시간을 나는 기꺼이 내어준다.

나를 살리는 몸의 반응들을 무시하지 않기를...

그렇게 회복된 나는, 하루 이틀 하지 못한 일들을 더 집중하고 더 열정적으로 해낸다.

그래, 가끔은 온전히 나의 몸과 마음에게도 충분한 휴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 신호를 알아채는 시간들만큼은 불안이 나를 찾아와도 그냥 불안과 함께 머문다.

그리고 말한다. '불안아 조금만 기다려줘. 다시 나를 데리고 올게'


몇 년 전 내 삶에 지독한 고통과 불안함이 나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사람이 사람에 의해 이토록 잔인한 고통의 시간들을 가질 수  있구나.

사람... 그 사람 따위가 내 인생에 뭐라고... 내가 그 한 사람 때문에 망가진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지?'

숨이 막혔다. 살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는 그 경계에서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끝없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못나고 바보 같은 나를 수도 없이 인정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면 부정적인 생각에 몰입되어 끝없이 나를 잃어 갔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살고 있지?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나 왜 이렇게 등신 같지?'

깨지고 부서져 산산조각이 나버린 나를, 한 조각 한 조각씩 주어와 다시 온전한 나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부수고, 다시 깨어진 나의 조각을 맞추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살고자 했다. 더 잘 살아내고자 했다. 내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어서 끝없이 울고 또 울었다.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까?'

몇 년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살아 있으니까 죽지 않았으니까 아니 죽지 못하니까 아직 내 온몸이 나를 살려내고 있으니까

그러니 살아야겠다는 그 마음 하나. 작은 그 깃털 같은 마음하나 부여잡고 뭐라도 해야 했다.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 눈을 뜨면 책을 집어 들고 자기 전까지 책을 놓지 않았다.

마치 책을 읽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책이 전부인 사람처럼.

그리고 내 하나의 고통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마저 돌아가셨다.

슬픔이 슬픔을 데려와 나는 슬픔의 바다에 끝없이 허우적거렸다.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어 엄마의 영정 사진 앞에서도 엄마를 보내는 마지막 그 주검 앞에서도

우는 것조차 죄스러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냈다.

'엄마 죄송해요'를 마음으로 수백 번 외치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엄마를 보냈던 시간.

그렇게 엄마를 보내드리고 나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울다가 잠이 들고 눈을 뜨면 울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정말 고아구나. 어느 곳에든 이제 내 마음하나 둘 곳이 없구나.'

나는 또다시 나를 그렇게 잃고 있었다.

그 지옥과도 같은 시간들 속에서 어떻해던 빠져나와야 했기에 나는 또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울면서 읽고 울다가 자고 눈뜨면 울고 다시 또 울면서 책을 읽고...

내게 와닿는 글귀라도 있으면 읽다가 펑펑 소리 내어 울었다. 마치 내 마음과도 같아서...

그렇게 책은 나에게 있어 산소호흡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람 따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 따위 그 딴 거 내게 소중하지 않았다.

이기적으로 살지 못한 날들이 그저 후회스러웠고 

바보같이 느껴져 한심한 나를 한없이 비난하고 비판했다.

그토록 긍정적이었던 내 삶을 부정하고 싶었다.

내 선택이 늘 옳았다고 나를 응원하고 토닥여주었던 그 모든 시간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살아온 그 모든 시간들을 지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끝도 없이 내리는 슬픔과 고통의 비가 어느덧 삶에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다가와

내 온몸을 내 모든 시간을 그렇게 또다시 흔들고 있었다.

슬픔의 비와 고통의 비를 맞으며 몇 년 동안 젖어버린 나는, 

그 무겁고 축축한 시간들을 스스로 빠져나와야만 했다.

누구도 나를 그 속에서 구원해 줄 수도 없으니 오직 내 힘으로 나와야만 했다.

박박 땅을 기어서라도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그 속에 묻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워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웠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괜찮아. 아무 걱정 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나는 할 수 있어. 반드시 해낼 거야.'

수없이 되뇌고 수없이 종이에 써 내려갔다. 

내 머리에 내 마음에 내 눈에 그 마법의 문장들을...

그리고 다시 나의 루틴들을 조금씩 해나가며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되고 싶은 나를 위해...

자신이 처한 자신만의 현실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현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마음이 편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은 상태일 때 경험하는 불안은 서둘러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발생시킨다. , 불안은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편에 저항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라는 책 속의 구절이 떠오른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불안이 인간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동기가 된다는 것을...

두려움은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마음이고 그래서 명백한 착각이라는 말.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와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인지했다면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예측불가한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머물지 말며 오직 오늘 지금 여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고통의 터널밖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내가 진정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그렇게 현재를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나의 삶을 즐겁게 하는 것들, 지금 이 즐거움이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평생 나의 행복을 책임져줄 나만의 꿈들을 

떠올리며,  또한 나고통스럽게 만드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오직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삶을 살자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나다움으로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내가 원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을 믿는 그 믿음 하나가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기에.

삶의 순간마다 반드시 만나는 그 실수 그 고통들의 경험은 분명 나의 능력이 되어 줄 것이라고...

정말 세상에 완벽함이라는 것이 있을까?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실수를 하며 성장하는 각자의 그 삶의 과정이야 말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불안과 두려움, 그것들과 마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면 피하지 말고 마주하는 그 힘을. 

나를 돌아보되 나를 탓하지 않겠다고.

불안과 고통이 나를 끝없이 성장의 길로 이끌 거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그것들과 마주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환경과 재능이 다르니 무엇인가를 이루는 그 과정도 시간도 모두 다를 테니까.

'내가 없이 타인만 존재하는 삶은 틀림없이 불행하다.'는 말.

'타인 때문에 행복하다면 타인이 사라지면 행복도 사라진다'는 말.

그러니 타인의 삶을 쫒지 말고 나의 삶을 쫒으시는 우리가 되길...


'당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일을 실천하라, 그 두려움은 분명 사라질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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