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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앞에 나이 따위 개나 줘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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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성희
Jul 26. 2024
내 어릴적 꿈은
내 어릴적 꿈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하고 싶은 꿈이 있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위험하더라고 가서 보고 싶은 경치가 있을 텐데..." -헤비메탈을 듣은 방법 본문 중-
'무슨 일이지?'
엄마의 통곡소리에 눈을 떴다.
엄마는 꺼이꺼이 목놓아 서럽게 울고 계셨고 아버지가 곤히 잠드셨던 자리에는 병풍으로 가려져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부스스 졸린 눈을 비비며 여느 날과는 조금 다른 이른 새벽에 눈을 떠야만 했다.
그날은 온 가족이 함께 보낸 추석연휴의 끝자락 어느 가을날이었다.
온 가족이 세상모르고 잠든 그 사이에 아빠는 50이라는 나이를 끝으로 조용히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나셨다.
잠을 주무시 듯 편안히 가셨다고, 어른들 모두 복된 죽음이라고 말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내에게, 아빠를 잃은 자식들에게, 한 가정의 기둥과도 같은 가장을 잃은
그 상실 앞에서는 그 무엇으로도 그 어떤 위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하는 위로의 그 말들이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한 마디의 말보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지친 어깨를 안아주는 일이 더 나을지도...
죽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때, 내 나이 고작 8살.
다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그 죽음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감히 상상도 못 했던
한 소녀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빠를 떠나보냈다.
깊은 슬픔을 느끼지 못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모를 아빠와의 이별...
들이쉰 그 숨 한번 내뱉지 못해 아빠는 사랑했던 자식들을 남겨둔 채 가족의 곁을 떠나셨다.
어른들이 말하는 잠을 자듯 떠나신, 그 죽음의 순간이 아빠에게 남은 마지막 복이셨을까?
그래도 숨이 멎어가는 그 순간에 아빠는 참 많이 고통스러우셨겠지.
8남매로 가득한 우리 집은 다리를 뻗으면 서로가 닿을 정도로 비좁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은 그저 가난이라 말해야 할까?
먹을 게 없진 않았지만, 입을 게 없진 않았지만, 늘 자식이 많은 우리 집은 '여유'란 없었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두 부부가 작은 땅덩이에 농사를 지으며
때로는 남에 일을 하며 그렇게 자식을 키우고 계셨지.
작고 아담한 시골의 한마을, 작은 방 2칸이었지만 마당만은 드넓었던 우리 집.
나는 늘 몇 안 되는 동네 아이들을 우리 집 뒷마당에 모아놓고 선생님 놀이를 했었다.
또는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꿉놀이...
어릴 적 그 많은 놀이 중 나는 왜 그렇게 선생님 놀이와 소꿉놀이가 전부인 것처럼 즐거웠을까.
그때부터였을까?
그 놀이들이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선생님이 되는 게,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 3-4명을 앉혀놓고 늘 즐겨했던 선생님 놀이...
그런 한 어린 소녀의 꿈은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단 한 번도 생각해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자동 멈춤이 되었다.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그 작은 발이 쉴틈도 없이 쫓아다니며 가냘픈 몸으로
그 많은 8남매를 거두어야 했던 엄마의 힘겨운 삶.
성인이 되고 결혼
후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가 얼마나 강하고 대단한 존재였는지를,
나는 감히 엄마와 같은 삶을 상상조차, 감당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들기 전 자주 듣던 엄마의 눈물과 한이 섞인 고통의 신음소리.
혼잣말로 내뱉으며 힘듦을 고스란히 견디고 계셨던 엄마의 시간.
어릴 적엔 엄마의 혼잣말들이 너무나 짜증 나고 싫어서 이불을 뒤집어쓰며 잠이 들곤 했다.
그 모습이 엄마가 매 순간순간 매일매일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엄마만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
누구에게도 힘듦을 말할 수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시며 눈물로 버티고 계셨다는 것을...
어린 자식들을 두고 물러설 곳도 없고, 기댈 곳도 도망칠 곳도 없이 자식들의 눈망울만을 바라보며
온 힘을 다해 버텨내셨겠지.
외로움을, 즐거움을 느낄 틈도 없이, 삶의 힘듦이 너무 차고 넘치는 날들이셨겠지.
엄마가 아빠 곁으로 떠나신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엄마의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아려서 여전히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그날,
아빠가 떠난 그날부터 나는, 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내가 입은 옷을 세탁하는 일, 밥을 해서 챙겨 먹는 일, 청소를 하는 일, 숙제와 준비물 등등
그 무엇도 엄마의 도움을 받을 시간적 마음적 여유도 없었다.
내 위로는 언니들이 있었지만 언니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언니들은 하교 후에 엄마를 도와 논으로 밭으로 가기 일쑤였고,
나는 막내라 고된 일에서 피할 수 있었다.
그저 집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저녁쯤이 되어야 돌아오는 언니들과
어두운 밤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시는 엄마를 혼자 기다리는 일...
그런 언니와 엄마를 기다리다 돌을 의자 삼아 골목 담벼락 기대어 잠든 순간들..
가족들이 있는 논과 밭에 가고 싶었지만
홀로 걸어가기에는 멀게만 느껴져 무섭기만 했던 어린 시절.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외로움은 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의 부재로 채워지지도 채워질 수도 없었지.
아빠가 살아계셨던 짧은 내 어린 시간 속에 기억은
아빠의 넓은 등은 나의 차지였고, 아빠의 무릎에 앉아 어리광을 피우며 밥을 먹는 것조차
막내라는 특권으로 나의 독차지였지.
초등학교 입학 후 매일 같이 자전거 뒤에 태워 데려다주셨던 따뜻했던 아빠의 사랑.
그렇게 막내로서 사랑받았던 짧은 시간들은 내가 평생 받을 아빠의 사랑 전부가 되었다.
그리고 아빠가 장례식을 치른 이후 나는 더 이상 꿈조차 꿀 수 없었던 현실들과 마주해야 했다.
나보다 2살 많은 언니는 공부를 너무 잘했고 고등학교 진학을 인문계로 선택하면서
나는 더 이상 공부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실업계를 선택해야만 했다.
언니를 위한 희생은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이 꼭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홀로 8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너무 가여워 나는 엄마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중학교3학년 담임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실업계고등학교를 갔다.
꿈을 꾼다는 건 그 자체로 희망이며 좋은 것이다.
누구나 어릴 때가 아니면 인생의 어느 시기에 감히 그 많은 꿈들을 꿀 수 있으며,
그렇게 많은 꿈들을 조건 없이 이랬다 저랬다 바꿀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서, 현실을 살아가면서 어린 시절에 꾸었던 그 소중한 꿈들이,
우리를 온통 행복에 빠져 있게 만들었던 그 꿈들이,
철이 들어가면서 얼마나 허망하고 가벼운 것들이었는지를...
그렇게 순수했던 꿈을 향한 마음들을 기억하며
마음껏 꿈을 꿀 수 있었던 그날을 회상하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현실에 사느라 잊고 있던 꿈들이
내게 다시 꿈틀거리며 말을 걸어온 시간은
연년생인 아이들이 엄마의 손이 점점 필요 없어질 때 즈음...
가족에게 매달렸던 시간들을 조금씩 놓아줄 때 즈음...
아직도 그 꿈이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없었지만,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자신을 생각하며
내 어릴 적 꿈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 꿈을 향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청소년 시절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 꿈들을 나는 다시금 꾸어 보기로 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나의 심장을 다시 설레게 하고 있는 그 꿈들을...
매일 일기를 쓰던 습관
글짓기를 해서 최우수상을 받고 조회시간 단상에 올라 전교생들 앞에서 나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던 시간.
그리고 틈틈이 응모했던 글들이 당선되면서 책 한 페이지에 실릴 때마다 작가라는 삶을 살고 싶었던 나를.
크고 작은 나의 도전과 성과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었으며 그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 주었다.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해내는 습관들이 언젠가 꿈에 다가설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주위 사람들의 말에 적당히 신경을 끄고 그저 내게 주어진 조건에서 나만의 길을 조용히 한 걸음씩 걸어가는 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기며...
어쩌면 그런 혼자만의 조용한 길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위대함과 탁월함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타인에 시선에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해요.
주위에서 하는 말과 행동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나를 잃게 만들고 타인의 삶을 살아가게 만드니까요.
어린 시절 여러분들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그 꿈들이 여전히 지금도 가슴속에 남아 이루고 싶은 꿈인가요?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던 꿈이었다면
자신이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꿈이었다면
그 꿈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오래오래 아끼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 행복한 모습을 만들어
누군가가 나를 부러워하는 주인공이 자신이 되어 보세요.
위험하더라도 가서 보고 싶은 그 경치...
자신의 삶에 그런 꿈이 있다면 기꺼이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짙은 어둠 속에서도 작지만 빛나고 있는 그것
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를 숨 쉬게 하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그것이 꿈이고 인생이라고...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우리가 꿈꾸는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고 눈부신 하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 줘요.
꿈을 이루는 것은, 내 삶을 산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니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죽지 않는 한 우리에게 열린 꿈의 세상의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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