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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Nov 08.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춘식아~ 공부하자~

"윤철아~괘안나?"

윤철은 수저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수저를 쳐서 떨어뜨리고 맙니다.

윤철은 뭔가 불안하고 불편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식구들은 모두 윤철을 쳐다봅니다.

"괘안습니다. 내 괘안타. 식사들 하이소."

뭔가 잘 보이지 않는 듯 밥상 위에서 헤매이는 윤철의 모습을 본 윤석은 걱정스런 얼굴로 윤철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조촐한 춘식이네 밥상입니다.

밥, 국, 김치, 나물 2가지....

소박한 밥상이지만 가족들이 도란도란 아침 식사를 합니다.

가족들의 식사가 끝나고 순이는 상을 치웁니다.

부엌 정리를 마치고 막 부엌을 나오려는데 윤석을 기다리고 섰는 윤철이 보입니다.

순이는 살짝 윤철이 옆에 다가와 섭니다.

"삼촌~ 혹시 눈이 침침하셔요?

순이가 묻습니다.

"좀 피곤했나 봅니다. 눈이 좀 뿌옇네요."

"약방 가 약 좀 지어 올까요?"

"아닙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순이는 왠지 윤철이 걱정이 되나 봅니다.

"윤철아~ 가자. 오늘은 주문량이 꽤 많다."

방에서 점퍼를 손에 들고 나오면서 윤석은 윤철을 채근합니다.

바삐 나가는 두 사람을 순이는 물끄러미 바라만 봅니다.


"언니~뭔데?"

"응? 왜?"

"언니 뭐 고민 있나? 아까부터 생각을 그리 하는데?"

"아~아이다. 생각은 무슨...."

"언니 니 그러다 손 다친다~"

"저~ 영이야~거 순철이네 형이 눈이 어찌 되었다 했지?"

"결국 실명했다 하던데... 처음엔 뿌이뿌이 하게 보인다고 하더니 결국 나중엔 실명했다고..."

"와~? 와 묻는데~? 무슨 일 있나? 언니 니 눈이 안 보이나? 나랑 의원에 갈려?"

"아이다. 내가 아이다."

"그럼~~?!!"

"혹시 춘식이 삼촌 땜에 그러나?"

"응... 춘식이 삼촌이 좀...."

"탄광 땜에 그런가....?!!"

"맞네... 순철이네 형도 탄광서 오래 일했다 아이가?"

"맞지.."

"의원에 데려가 봐야겠지?"

"아마도~~"

영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언냐~~ 오늘 주문 많은 거 알지?

"알지 알지~~"

"일단 일 먼저..."

둘은 손이 점점 바빠집니다.


"춘식아~ 울 춘식이 글자 공부 하자"

"글자공부?"

"응 글자공부~ 그래야 춘식이 이름도 쓰고 엄마 이름도 쓰고 책도 읽고 할 수 있는 거여."

"글자공부하면 아부지처럼 책도 읽을 수 있어요?"

"그럼. 아버지처럼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다 할 수 있지."

"우와~춘식이도 글자 배울래요."

"아구... 울 강아지 똑똑한 내 강생이~"

"춘식이는 할무이 강생이 맞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 다른 건 다 훔쳐갈 수 있지만 네 머릿속에 든 것은 아무도 훔쳐가지 못 한데이."

"그럼 무조건 춘식이 꺼네. 할머니~?!!"

"그럼.. 춘식이 머릿속에 든 거는 다 춘식이 꺼지^^

그니까 글도 배우고 샘도 배우고 기술도 배우고 해서 잘 살아야 한데이. 알았나?"

"알았다. 그럴끼다."

짬짬이 현수는 한글과 한자 그리고 샘을 춘식이에게 가르칩니다.

제법 잘 따라와 주는 춘식입니다.


"으앙~으앙~"

낮잠을 자고 있던 별이가 잠에서 깼나 봅니다.

"할머니~별이가 울어."

부엌에서 간식을 준비하고 있던 현수가 들어옵니다.

"우리 별이 깼어?"

"할머니 별이가 얼굴이 빨개요."

"울어서 그런가 보네."

"별이야~ 뚝! 오빠가 엿 줄께. 그만 울어. 오빠가 엄청 아끼는 엿이야. 너 하나 줄께."

"으앙~으앙~"

춘식이가 달래 보지만 별이는 계속 웁니다.

"별아~~ 뚝! 할머니가 안아 줄께."

"으앙으앙~으앙으앙~"

"킁~킁~ 별이 쉬했구나! 괜찮아~ 할머니가 기저귀 갈아 줄께."

현수는 서둘러 별이의 기저귀를 갈아 줍니다.

기저귀를 간 현수는 기분이 좋아졌네요. 울음을 그치고 배고프다고 보챕니다.

"맘마~맘마~"

"할머니~별이 배고픈가 봐~"

"할머니가 감자 삶았지. 어여 먹자. 할머니가 까 줄께."

"호~~ 호~~"

"안 데게 호호 불면서 먹어야 된다. 춘식아~"

"네~~"

"우리 별이는 물 먼저 먹자."

"춘식아~동치미 국물 떠먹으면서 먹어. 천천히."

"네~"


'이상해. 돈이 비어.

왜 또 돈이 비는 거지?'

윤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멀리 직원들을 눈으로만 둘러봅니다.

잠시 후 윤철과 도과가 들어옵니다.

"형님~ 식사하러 가요~"

"이보게~ 어서 가세나."

"벌써 식사 시간이네 그려."

"다들 앞전 국밥집으로 갔다네."

셋은 공장 식구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앞전 국밥집으로 갔습니다.

시끌시끌 국밥집에 활기가 가득 차 있네요.

맛나게 식사를 한 식구들은 하나둘씩 공장으로 돌아갑니다.

맨 마지막으로 국밥집에 도과와 윤석만 남았습니다.

"요새는 좀 어떤가?"

"무얼 말인가?"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셔? 동생은 요새 어찌지내구?"

"어머니도 여전하시고 동생은 본 지가 한참일쎄."

"저~~ 이거 받게. 어머니 약값에 보태시게."

"아닐쎄. 괜찮네."

"받아 두시게....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겠나?"

"매번 고마우이~"

"대신 울 공장 잘 부탁하네."

"여부가 있겠나~~"

둘은 서먹한 듯 다정하게 공장으로 들어옵니다.


"삼촌이 좀 늦으시네요."

"그러게 나보다 먼저 공장서 나갔는데 어디 들렸다가 오려나 보네.

우리 먼저 먹지..."

윤석의 가족들은 윤철을 기다리다가 먼저 저녁 식사를 합니다.

"삼촌이 늦어도 너무 늦는데요~무슨 일 있나?

공장서 별일 없었어요?"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춘식아~춘식아~

클 났다. 퍼뜩 와 보래이~"

"무슨 일인데?"

"춘식이 삼촌이 과수원 언덕 서 굴러가 지금 의식이 없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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