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ikim Nov 01.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우린 가족이지.....

"콜록~콜록~" "콜록~콜록~" 

윤철은 밤새 기침을 합니다.

새벽밥을 지으려 눈을 뜬 순이는 잠시 윤철의 방을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잘 말려 둔 오미자를 넣고 물을 끓입니다.

"삼촌~이것 드셔 보셔요. 오미자 달인 물이에요.

들고 나면 기침이 좀 수그러 들 겁니다."

잠결에 기침을 한 것인지 윤철의 방은 조용합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순이는 물이 담긴 작은 찻 상을 문 앞에 놓아두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갑니다.

기침을 하는 윤철을 위해 직접 기른 콩나물로 콩나물국을 끓입니다.

산나물도 무치고 콩자반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큰 들통에 물을 끓입니다.

사골을 고을 모양입니다.

펄펄 끓는 물을 사골에 끼얹습니다.

아마도 순이는 사골을 안치고 식사를 시작하고 싶나 봅니다.

사골을 불에 올려놓은 순이는 소소하게 차린 밥상을 들어 부엌과 안방 사이에 있는 문을 열어 들려 놓습니다.

윤석이 얼른 밥상을 받아 방 한가운데로 가져갑니다.

"춘식아~ 삼촌 식사하시라고 하렴"

"네. 엄마~"

"삼촌~삼촌~~ 식사하시래요."

"삼촌~삼촌~"

춘식은 윤철의 방에 뛰어들어갑니다.

"삼촌~삼촌~"

춘식은 삼촌을 흔들어 깨웁니다.

기침을 하느라 밤새 잠을 설치다 새벽녘에야 잠이 든 것인지 윤철은 잠에서 깨는 것이 힘이 든가 봅니다.

"삼촌~삼촌~"

춘식이 등쌀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난 윤철은 춘식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건너옵니다.

"괘안나? 니 기침 많이 하데?"

"어. 어 괜찮아요. 형님. 밤엔 기침이 좀 많이 났는데 형수님이 끓여준 물 마시니까 많이 가라앉았어요."

"고마워요. 형수님"

"별말씀을요. 식사하고 저랑 같이 약방에 가셔요. 약 한재 지어 드릴게요"

"아닙니다. 전 괜찮아요. 저 말고 형님 지어 드려야지요"

윤철은 윤석을 쳐다보며 말합니다.

"저는 며칠 이러다 말 겁니다. 약은 안 먹어도 될 거 같아요.

형님은 건강 어떠셔요?"

"난 괘안타~밥 먹고 형수랑 약방에 다녀오시게. 공장에는 오후에 나오고..."

"아니에요. 전 정말 괜찮아요~ 약 안 먹으렵니다."

윤석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합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자. 내가 의원님 좀 만나야 쓰겄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나란히 약방을 향해 갑니다.


"폐가 많이 허하고 기가 부족하네.

잘 좀 드셔야 겄어. 타지 생활하느라 고생이 많았구먼.

내 약 지어줄 터이니 잘 데려서 하루 세 번씩 드시게."

"선생님~ 저보다도 울 형님 좀 봐 주이소."

"아입니더. 지는 괜찮습니더."

"밥 잘 묵고 잠 잘 자고 똥 잘 싸고 일 잘하는데 와 약이 필요하겠노."

"선생님~ 저는 괘안아요. 울 윤철이 약으로다 젤루 좋은 걸로 지어 주이소."

윤석은 윤철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내 윤철의 약만 지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윤석과 윤철 이 둘은 윤석의 공장을 향해 갑니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내가 좀 늦었네. 엿은 잘 준비되고 있는가?"

"그럼요. 잘 준비되고 있습니다."

"아이고~이게 누꼬?"

"윤철이 아이가?"

"아구야~ 오랜만이네."

"니 우째 이리 말랐노?"

"야야~길 가다 만나면 못 알아보겄다."

"안녕들 하셨어요?"

"우리야 늘 안녕하지~"

공장 식구들이 윤철을 반가워하며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자자~ 오늘부터 우리 윤철이도 공장 식구입니다. 윤철인 엿 자르고 담는 일을 맡아서 해 주렴.

처음이라 아직은 서툰 부분이 많을 꺼여~ 잘들 가르쳐 주시고 많이들 도와주시게.

윤철이도 일 열심히 배우고!!"

"오늘부터 일 손이 늘어서 일이 편해지겠구먼~"

"우리 다들 잘들 지내보자고~~"

"예, 잘 부탁드립니다."


"삼촌~~ 얼른요. 얼른~

얼른 오셔요?"

"아이고 쪼그마한 녀석이 우에 그리 빠르노?"

"얼른 와요. 삼촌"

"알았다. 얼른 가자~~"

"여기에요. 여기."

윤철과 춘식은 딱지를 사기 위해 전빵에 왔습니다.

"우와~~ 여기 이거요. 딱지 살래요. 새로 나온 이 딱지 갖고 싶어요."

"멋진데~ 그러자 울 춘식이가 갖고 싶으면 가져야지. 

어디 보자~~ 어구야~ 멋진 딱지가 많구먼.

우리 춘식이가 마음에 드는 것이 무어여~

이 거만 사면 되는 거니?"

"음... 이거랑 이거랑 저거랑 또 저거랑 그리고 요거랑 음.... 음.... 요거랑"

춘식이는 갖고 싶은 딱지가 많은가 봅니다.

이것저것 골라 놓고 망설이고 있는 춘식이를 지켜보고 있던 윤철이가 춘식에게 말합니다.

"울 춘식이가 갖고 싶은 딱지가 많은가 보구나!! 춘식이가 갖고 싶은 딱지 다 고르렴.  삼촌이 사 줄 거구먼."

"정말? 삼촌 정말 다 사 주실 거예요?"

갑자기 춘식이가 몹시 공손해집니다.

"그럼~~ 다 사 주지^^"

"우와~~ 신나 신나~ 삼촌이 최고야~"

윤철과 춘식은 딱지를 한 아름 안고 집을 향해 갑니다.

춘식은 마냥 신이 나서 싱글벙글입니다.

그런데 윤철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집니다.

윤철은 깜짝 놀라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윤철은 빠르게 춘식이를 집에 바래다줍니다.

그러고는 다시 공장으로 향합니다.

공장에 다다른 윤철은 조심스레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소곤소곤" "탁~~ 탁~~"

사람들이 바쁘게 무언가를 옮기고 있습니다.

윤철은 조심히 그들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략 세 명의 실루엣만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분명 그들은 무언가를 바꿔 놓고 무언가를 옮겨 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공장 식구들이 야간작업을 하나 싶어 조심스레 살핍니다.

그런데 "퍽" 갑자기 윤철이 쓰러집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윤철의 머리를 단단한 막대기로 내리쳤기 때문입니다.


"이 보시게~ 정신 좀 차려 보게~"

"이보게~ 내 말이 안 들리시는가?"

지나가던 만두전빵 직원이 윤철을 흔들어 깨웁니다.

"니 얼른 가서 춘식이 아부지 모셔 온나~"

"예~아부지~"

"아재~아재~"

"이 밤에 누꼬?"

"지 경준입니더."

"경준이 니가 어인일이고?"

"클 났습니다. 춘식이 삼촌이 길에 쓰러져 있습니더."

"뭐라꼬?"

윤석은 서둘러 나옵니다. 

"거기가 어디가?"

"아재네 공장 앞입니더"

"후딱 가자~~"


"윤철아~ 윤철아~"

"내다. 니 와 여깄는데~ "

머리가 아픈건지 윤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은 뜹니다.

"괘안나? 우이 된 일이고?"

윤석은 마른 동생을 업고 집으로 갑니다.

"형님아~ 나 괘안타~ 내려주이소."

"가만있어라. 장정이 와 이리 가볍노?"

윤석운 빠르게 집으로 갔다.

그러고는 윤철을 방에 누입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 봐라. 뭔 일이고?"

"저... 형님~ 사람들이 뭔가 물건을 바꿔서 가던데 원래 공장에서 야간에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무슨데? 누가 뭘 바꾼다구?"

"예, 서너 명 되는 사람들이 무언가 바꿔 놓고 원래 공장에 있던 물건들을 실어 가던데요?

누군가 보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날 쳤어요."

"날 밝으면 내 무슨 일인지 알아볼 테니 푹 쉬어. 언 놈이 널 이리 만든 거여?

다른 이상한 곳은 없고? 아프거나 불편한 곳 있으면 말혀~"

"예, 말할게요~"

윤철과 대화를 마친 윤석은 바로 공장을 향해 갑니다.

무슨 일인지 살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장과 공장 주변을 살핀 윤석은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윤석은 잔뜩 의문만 안은 채 공장 일을 시작합니다.

"어젯밤에 우리 공장에서 누군가 물건을 바꿔서 가져갔다는데 자네들 아는 거 없나?"

"글쎄.... 어제 그럴 일은 없었네만은..."

"함 살펴 보세~"

"직원들은 공장에 있는 재료들이며 상품들을 이리저리 살핀다."

하지만 다들 별다른 차이를 찾지 못한다.


"사장님~~

오늘 나온 첫 엿이네요.

검수하셔야지요?"

"예예"

"다들 맛 좀 보셔요~~"

잠시 쉬었다 시작하십시다.

그 사이 엿들 좀 드셔보게~~"

윤석과 그의 직원들은 잠시 쉬면서 엿의 맛을 음미해 봅니다.

"역시 맛이 좋네 그려..."

"그러게 우리 엿은 항상 한결같은 맛이 나지 않는가?!

맛있네 그려~~"

"오늘도 우리의 노고가 좋은 엿으로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수고해 주십시요~"

"네~네~"


"춘식아~~ 아부지 왔다."

"아부지~~ 다녀오셨어요. 춘식이 엿 주세요~~"

"옛다. 우리 춘식이 엿~"

"우와~ 오늘은 세 개네^^"

춘식은 얼른 엿을 입에 넣습니다.

"아부지 이거 우리 엿 아니네?!!"

"응?"

"이건 우리 엿 아니야~

내가 철수네 집에서 먹어 본 엿이랑 비슷한데~"

옆에 있던 윤철이 묻습니다.

"철수네 집에서 먹어 본 엿은 어떤 맛이 나는데?"

"음.... 이 엿 맛이 나지?!"

"어떻게 다른지 말로 해 줄 수 있어?"

"네~"

"엿이 오래된 맛이 나요. 우리 엿은 금방 만든 엿 맛이 나는데 친구네 엿은 오래된 맛이 나요. 두 개가 달라요"

"그런데 이 건 오래된 맛이 나요~~"

윤석과 윤철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래도 쌀이 바꿈질당해진 것 같네."

"누가 그랬을까?"

"글쎄... 누굴까?"

"직원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

"사람 함부로 의심하는 거 아니다. 울 직원들은 아니야~"

"그럼 누구지?"

"지켜봐야지?!!"

윤석과 윤철은 공장으로 가 쌀 가마니를 열어 확인을 합니다.

가까이 코에 가져다 대니 쌀에서 묵은 내가 납니다.

그래서 둘은 쌀 공급처에 가서 사실 여부를 확인을 합니다.

누군가가 품질이 떨어지는 묵은쌀을 살짝 공장에 가져다 놓았네요. 

물론 공장 안에 있는 좋은 쌀은 가져갔고요.

윤석은 확인한 다음 날 공장 식구들에게 이 사실을 전합니다.

공장 식구들은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웅성웅성합니다.

"어제 엿 맛은 괜찮았는데?"

"어제 시식한 엿은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고 뒤에 만들어진 엿이 나쁜 재료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겨?"

"그러네... 그날의 첫 엿을 만드는 재료는 그대로 두고 다른 재료들은 빼 돌린 거니까 우리 공장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짓이겠네."

"아닐 겁니다. 우리는 아니어야 합니다. 우릴 서로 의심하지는 맙시다.

앞으로 문단속 물건 단속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겁니다.

다들 신경 써 주세요~~"

상황을 정리하고 다지는 윤석입니다.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방으로 들어오는 윤석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윤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