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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Oct 25.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춘식이의 삼촌이 돌아왔어요.

"아니, 이게 누구야~ 윤철이 아이가?

형님이 매일 기다리던데 와 이제 왔노?"

"아~예. 안녕하셨어요? 건강하시지요?"

윤철은 마을 어귀에서 만난 전당포 어르신과 인사를 나눕니다.


"춘식아~"

"춘식아~~"

온통 집안이 조용합니다.

윤철은 윤철이 쓰던 본인의 방 문을 열어 봅니다.

문갑 위에 이불 한 채와 작은 앉은뱅이 책상 하나 그리고 벽에 옷을 걸 수 있는 걸이 하나가 방의 소품 전부인 깔끔한 방이었습니다. 

방문을 닫고 방문 앞 툇마루에 걸터앉습니다.


춘식이 밖에서 뛰어들어옵니다.

그러고는 멈춰 서서 말똥말똥 쳐다만 봅니다.

"엄마~엄마~"

내성적인 춘식이는 얼어서 연신 엄마만 불러 댑니다.

"이게 누꼬? 울 춘식이가?"

"누... 누구세요?"

"삼촌 아이가~

울 춘식이 삼촌이다.

니 내 모르겠나?"

춘식은 눈만 깜빡거립니다.

그때 마침 순이가 나물을 가득 담은 망태기를 메고 들어 옵니다.

오늘은 춘식이와 함께 산에 다녀오는 순이입니다.

"형수님~ 저 왔어요."

"아이고. 삼촌~

어서 오셔요.

형님이 엄청 많이 기다렸어요."

"춘식아 삼촌 오셨네.

우리 춘식이 삼촌이셔~~

기억 안 나?

삼촌이 울 춘식이 엄청 이뻐하셨는데~~~"

"춘식이 삼촌?"

"응. 춘식아~ 삼촌 기억 안 나?"

춘식은 여전히 눈만 깜빡거립니다.

"춘식아~얼른 아부지 공장에 다녀오너라.

아버지께 삼촌 오셨다고 전해 드려."

"네. 엄마."

막 달려가는 춘식이 손목을 윤철이 잡습니다.

"아이다. 춘식아~ 내도 같이 가자"

윤철은 춘식을 번쩍 들어 안습니다.

"우리 춘식이 많이 무거워졌구나!!

춘식은 물끄러미 윤철을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지난번에 보았을 땐 막 걸음마를 배워서 아장아장 걸었었는데 

이젠 장군님이 다 되었네."

"우리 춘식이는 쑥쑥 잘도 크는구나~~"

춘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춘식이는 아가 아니에요. 형아예요."

"삼촌이 윤철이 삼촌이에요?"

"우와~ 울 춘식이 삼촌 기억나니?"

춘식인 다시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춘식인 천재인 거 같은데..."

윤철은 살짝 춘식의 배를 간지럽힙니다.

"까르르" 춘식이 웃습니다.

어느새 둘은 윤석의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부지~~ 아부지~~"

춘식은 뛰어들어가며 윤석을 부릅니다.

"어이구 우리 춘식이 왔구나!!"

"아부지~ 삼촌이 왔어요.

우리 윤철이 삼촌이 왔어요."

윤철은 조심스럽게 윤석의 공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윤석은 윤철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다가가 윤철의 어깨를 툭치며 말합니다.

" 잘 왔다. 밥은 먹었니?

가자~ 요 앞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자."

윤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석을 따라 이동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세 그릇 나왔습니다.

"이제 아주 온 것이지? 얼굴이 그게 뭐꼬? 어여 먹자."

"형님은 여전하시네..."

"그럼. 그날이 그날이고 여전하지..."

"이제 그만 정리하고 형 일 돕자.

탄광에 계속 다니다가는 폐가 다 망가진다 하던데...

눈에도 좋지 않고~"

"그래도 요즘  캐는 건 무연탄이라 좀 괜찮아요."

"그게 뭔 소리고? 무연탄이건 유연탄이건 탄광은 매 한하지 아이가?

그만했으면 되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와."

잠시 망설이던 윤철이 대답합니다.

" 알았소. 형님~

이제 탄광 그만 나가고 좀 쉬어야 겄소.

형님 신세 좀 지어야겠는데 이 동생 좀 맡아 주시려우?"

"이 놈아~ 신세는 뭔 신세냐? 우린 가족인데~~

니가 언제 올지 몰라 니 방 청소는 매일 해 두었다. 

그냥 그대로 들어만 가면 된다."

"고맙소. 형님~

내 밥 벌이는 내가 할게요. 형님한테 짐이 되진 않을게요"

"그려 그려~이리 돌아와 주어 고맙다. 우리 잘 지내보자."


"어머니~

춘식이 삼촌이 돌아왔어요."

"아이고 춘식 아빠 이젠 맘 편히 잘 수 있겠네.

동생 걱정에 먼산도 자주 보더만 이젠 만 가지 시름을 덜은 마음이겠어."

"그니까요..."

"윤철이 낯빛은 어떠니? 괘안나~?"

"좋지 않던데요~"

"약방 델구 나가서 약 한재 해 먹여라. 엄마가 약값은 줄꺼구먼~"

"우리도 그 정도는 있어요. 뭐 그래도 어머니의 마음이니까 받을게요. 주셔요?!!^^"

"이거 가지고 가. 영식이네 소 잡는다 해서 소 뼈 좀 받아 놨다. 가져다 식구대로 고아 먹이렴."

" 예.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 참~~ 이것도 가져가라.

춘식이 삼촌이 두릅을 좋아한다 아이가~

귀한 두릅이 들어온 게 있으니까 가져다 데쳐 먹여."

"예. 어머니. 고마워^^"


"도식아~~ 도식아~~"

"도식이는 갔나?"

"예. 어머니~ 도식이가 또 가 버렸네요."

"저 녀석이 와 맘을 못 잡고 저리 나돌아만 다닌다냐.

굿이라도 한 번 해야 하나~~

역마살 낀 아처럼 와 저러는 기가~~"

"글게 말입니다. 전 일 다녀올게요. 도식인 또 며칠 지나면 돌아올 거니까 너무 걱정 마셔요~~"

"그려 어서 댕겨 와"

"식사 잘 챙겨 드시구요~~"

"그려그려. 알았네. 내 걱정 말고 잘 다녀오시게~~"

도과는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일을 나갑니다.

도과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후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도과의 집 앞에 몰려옵니다.

"최도식~~ 최도식~~~

최도식 나와."

"무슨 일입니꺼? 울 아는 왜 찾는데요?

"최도식이 우리에게 돈을 빌리고 꿩 구워 먹은 소식이야~"

"무슨 돈을 빌렸단 말입니까? 울 아가 돈 필요한 데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알 거 없고 최도식 오면 전해. 돈 떼어먹을 생각 말라고~"

무리들은 도과의 어머니께 잔뜩 으름장을 놓고 떠납니다.


순이는 저녁 상을 차리느라 정신없이 바쁩니다.

오늘 산에서 뜯어 온 나물들을 무치기도 하고 볶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릅도 데쳤습니다.

친정에서 가져온 고기로도 반찬을 만들어 봅니다.

"우와~~ 고기반찬이다. 신난다."

"윤철아 봐라. 형수가 니 왔다고 한상 크게 차렸다."

윤철은 눈물을 글썽이며 인사를 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윤석과 춘식이도 합창으로 인사를 합니다.

별이도 엉금엉금 기어와 한자리를 차지하네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도란도란 담화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오늘은 달이 많이 밝은 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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