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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Oct 11.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이건 메뚜기 아닌데~~

"이보게~ 도과~

오늘 쌀 들어오는 날이지?

품질 확인은 했는가?"

"걱정 마시게. 오늘도 최상품으로 받아 놓았다네."

"잘했네"

"역시 우리 사장님!!"

"모든 먹는 것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엿은 재료가 좋아야 하네.

그래야 사람들에게 이로운 좋은 엿이 나올 수 있는 게지."

"맞네. 그려.

"무어든 그 재료와 바탕이 좋아야 결과가 좋은 법이지."

"허허! 이 사람들 재료만 좋으면 뭐 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야지"

"말해 무엇하겠나~ 당연한 거 아닌가?

정성이야 항상 가득 담는 것이고...."

"거기에 실력까지 좋은 장인들이 모인 곳이 아닌가.... 허허"

"맞네. 그려.

다들 고마우이~~~"

윤석과 도과와 지모 그리고 지만과 병철과 일도는 오늘의 작업을 준비하며 서로 담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오래 알고 지내온 친우들입니다.

서로 집안에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이지요.

힘든 시기이지만 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재미나게 사는 직장 동료이기도 합니다.


"별아~별아~

여기야! 여기!

여기까지 와 볼래?!!"

별이가 춘식을 향해 팔을 뻗습니다.

별이는 요즘 한참 배밀이를 배우는 중입니다.

별이가 움직여 오는 게 신기한지 춘식은 자꾸자꾸 별이를 부릅니다.

"별아~ 여기야~여기~~"

끙끙~ 별이는 배밀이로 춘식이 손이 있는 곳까지 겨우 도착합니다.

그럼 춘식이는 또 한 걸음 가서 또 별이를 부릅니다.

"헤헤~"

알고 또 가는 건지 별이는 짧게 웃고 또 오빠한테 갑니다.

"우와~ 잘했어요. 우리 별이^^"

춘식은 엄마랑 아빠가 별이한테 하던 그대로 별이에게 말을 하고 별이와 놀이를 합니다.

춘식이는 요즘 별이와 별이의 배밀이 놀이에 한참 빠져 있네요^^


"후딱 다녀오너라. 애들 걱정 말고 조심히 잘 다녀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순이야~ 망태기 챙겨라~ 어서 가자."

"알았다. 언니야~챙겼다."

"오늘은 좀 많이 캐와야 할 것 같은데. 

내일이랑 모레에는 실을 잣고 베를 짜야해서 산나물 뜯으러 못 간다."

"맞나~오늘 엄청 많이 캐야겠네^^"

"어서~가그라~날씨가 수상타. 공기가 습습한 게 오늘은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아.

어서 서둘러. 비 오기 전에 꼭 내려와야 한다."

"응. 엄마 우리 갔다 올게."

순이와 영이는 나란히 망태기를 매고 산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춘식이와 별이는 오롯이 현수의 차지가 되었네요.

현수는 먼저 아이들의 간식을 준비하러 순이의 부엌으로 갑니다.

현수의 손에는 집에서 가져온 호박 한 덩이가 들려 있습니다.

현수는 호박을 삶습니다.

그러고는 호박을 반은 예쁘게 자르고 나머지 반은 으깨어 그릇에 담았습니다.

"얘들아 ~ 우리 맛난 호박 먹자~"

"우와"

딱지를 가지고 놀고 있던 춘식이와 별이가 현수를 쳐다봅니다.

"할머니~ 춘식이가 별이한테 딱지 보여 주고 만지게 해 줬어요.

별이도 딱지를 좋아해요^^"

춘식은 아끼고 아끼던 딱지를 가지고 별이와 함께 놀았나 봅니다.

별이는 처음 본 딱지가 신기했는지 만지작 거립니다.

"어~ 안 돼. 별아~"

춘식과 현수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춘식이가 호박을 먹으려는 순간 별이가 만지기만 하던 딱지를 그만 입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짬만 나면 입으로 가져가는 별이입니다.

현수는 별이를 안고 살짝 딱지를 별이의 손에서 빼냅니다.

"우앵~~~"

딱지가 없어져서 속상한 건지 손에 쥔 것이 없어져서 허전한 건지 별이가 웁니다.

현수를 얼른 호박을 한 스푼 떠서 보여 줍니다.

"별이야~~ 우리 호박 먹을까? 현수는 으깬 호박을 수저로 떠서 별이의 코에 가져갑니다.

별아~ 이 맛난 냄새가 호박 냄새란다. 단내가 나지?"

호박을 보고 냄새를 맡은 별이가 울음을 그칩니다.

"아~~ 우리 별이 착하지^^ 아~하자."

별이는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현수는 살짝 별이의 입에 으깬 호박을 조금 넣어 줍니다.

별이가 호박의 맛이 맘에 들었는지 좋다고 양손을 흔듭니다.

별이와 춘식은 현수가 준비한 호박을 어느새 다 먹었네요^^

현수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호박 간식이 아이들 맘에 쏘옥 들었나 봅니다.


"춘식아~~ 어서 온나~ 

재미난 거 보여 줄게."

"형아~ 같이 가."

형아의 걸음이 빨랐는지 춘식이 힘겹게 따라갑니다.

앞서 가던 헌진은 뒤를 돌아보더니 기다려 섰다가 이 번엔 춘식이 손을 꼭 잡습니다.

"가자~ 울 집 마당에다 내가 선 그어 놓고 땅에 구멍도 파 놓았어."

"응. 형아네 집 좋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춘식이지만 그저 형이랑 노는 것이 행복한 춘식입니다.

춘식과 헌진은 손을 잡고 헌진의 집으로 뛰어갑니다.


헌진과 춘식은 육촌지간입니다.

현수는 8남매 중 장녀로 글을 알고 재주가 많으며 성격이 곧고 강한 사람입니다.

동생들을 잘 챙기고 지도할 수 있는 현명한 장녀였지요. 그래서 형제지간의 우애도 깊었습니다.

서로 한 동네에 살면서 오고 감이 잦았으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현수의 형제들의 자식들도 서로 우애 있게 지냈으며 자식의 자식들도 우애가 깊었습니다.

그래서 춘식과 헌진이도 친 형제간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 왔답니다.


"춘식아~ 이게 뭔 줄 아나? 이런 적 있나?"

춘식이는 헌진이 손에 들린 짧은 막대기와 긴 막대기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몰라."

"이건 채랑 메뚜기야. 이거 이 긴 막대기가 채이고 이 짧은 막대기가 메뚜기야."

"이건 메뚜기 아닌데~ 이건 나무인 거 같은데~"

춘식은 의아한 표정으로 헌진을 쳐다봅니다.

"아니~~ 이건 메뚜기랑 채라고~~"

"아닌데~ 이건 메뚜기 아니야~ 이건 나무야~ 나무 막대기~"

"음.... 이건 작은 나무 막대기인데 큰 막대기로 작은 막대기를 치면 메두기처럼 튀어 오른다고 해서 

우리는 이것도 메뚜기라고 부른다고~~"

춘식은 헌진을 보며 눈만 깜빡거립니다.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있던 헌진이 어머니 그러니까 춘식의 숙모가 빙그레 웃으며 춘식에게 다가옵니다.

"춘식아~~ 춘식이 숨바꼭질 놀이 할 줄 알지?

"네"

"숨바꼭질처럼 자치기라는 놀이가 있어. 

그 놀이는 여기 긴 막대기랑 작은 막대기랑 땅에 판 구멍이랑 선이 필요해.

자치기 놀이를 할 때 우리는 긴 막대기를 채라고 불러. 

그리고 작은 막대기는 메뚜기라고 부르지...

자치기 놀이할 때엔 그렇게 부르는 거야. 

폴짝~하고 튀어 오르는 것이 메뚜기가 뛸 때랑 닮아서 그렇게 부른데~

진짜 메뚜기는 아니지만 메뚜기처럼 뛰니가 놀이할 때 이걸 메뚜기라고 부르는 거야.

춘식이 이해했니?"

춘식은 대답을 머뭇거립니다.

"그럼 우리 춘식이 엄마 놀이나 아빠 놀이 해 보았니?"

"네, 아빠 놀이 해 봤어요."

"그래?!!! 그럼 아빠 놀이해 볼까?"

"자~ 하고 싶은 역을 얘기해 보렴."

아이들이 대답이 없다.

"음.... 아빠 할 사람~?"

"저요~"

"좋아. 그럼 춘식이가 아빠야~

그럼 이번엔.... 엄..."

"난 일도 삼촌할래."

"왜 헌진이는 일도 삼촌 하려고?"

"멋있어요. 일도 삼촌은 뭐든 잘 고치고 잘 만들잖아요.

헌진이는 일도 삼촌할래요."


윤석의 엿공장에 자주 놀러 가던 헌진이와 춘식이는 아빠 놀이 직장 편을 생각하나 봅니다.

집안에서의 엄마 아빠 놀이를 생각하고 얘기를 꺼낸 헌진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생각이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하는 역할극과 남자아이들이 하려는 역할극이 다르다는 걸 배운 헌진의 어머니입니다.


"그럼.. 엄마는 누구 할까? 헌진아~"

"엄마는...."

"춘식이요. 춘식이 하세요."

옆에 잇던 춘식이가 얼른 대답을 합니다.

이 세 사람은 이렇게 역할을 맡고 역할극 놀이를 한참 동안 했습니다.


"춘식아~ 지금 춘식이가 아빠 놀이에서 아빠 했지?

이 작은 막대기도 마찬 가지야~

자치기 놀이에서 이 작은 막대기는 메뚜기야.

우리 춘식이 이젠 이해가 좀 되었을까?"

끄덕끄덕~~ 춘식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 그럼 우리 자치기 놀이를 시작해 볼까?!!!"

헌진은 의기양양하게 자치기의 모범을 보입니다.

헌진이가 친 메뚜기가 높이 멀리 날았습니다.

"우와~~ 형아~대개 잘한다."

"뭐~이 정도야~"

헌진이는 잔뜩 어깨를 올립니다^^

"춘식아~ 너도 한 번 해 볼래?"

"응"

춘식이 채를 들었습니다.

채로 메뚜기를 칩니다. 그런데 메뚜기가 채로 매만 맞고 뛰질 않습니다.

"왜 내 메뚜기는 맴매만 맞아? 가만히만 있는데?"

"그건 네가 너무 착해서 그래. 무섭게 안 쳐서 그러는 거야~"

"이렇게 잡고 막대기가 올라간 쪽을 툭하고 쳐야 해."

"이렇게?"

여전히 메뚜기는 조용합니다.

"아니 아니~ 그렇게 메뚜기 위에 채를 얹어 놓으면 안 되고 툭 하고 치고 채는 들어야지~"

"요롷게~"

여전히 메뚜기는 부동자세입니다.

우리의 춘식이가 자치기를 배우기엔 너무 어렸던 걸까요?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춘식은 결국 메뚜기를 뛰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괜찮아. 춘식아~ 천천히 배우면 되지^^"

"다음엔 좀 더 천천히 알려 줄께.

"춘식아~ 나랑 딱지 먹기 놀이할래?"

끄덕끄덕 춘식은 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나도 딱지 있어. 집에 있어."

"그래? 그럼 너희 집에 갈까?

"응"

헌진과 춘식은 춘식이의 집을 향해 갔습니다.

그러고는 서로의 딱지 통을 놓고 딱지 먹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헌진이가 완승을 했지요.

춘식은 처음으로 산 새 딱지들을 모두 다 잃고 맙니다.

헌진이는 기분이 좋습니다.

때마침 헌진의 어머니가 멀리서 헌진이를 부릅니다.

신이 난 헌진이는 엄마에게 달려가 자랑을 합니다.

"엄마~ 이것 봐. 내가 다 딴 거야~"

"춘식아~ 안녕!! 담에 또 놀자."

헌진이가 자리를 뜬 후 춘식이만 자리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혼자 남겨진 춘식은 입이 나오고 입을 삐죽거리다가 눈이 촉촉해지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훌쩍거립니다.

그러다가 결국.....

"잉~잉~잉~" 울고 맙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눈물 소리에 더 서러워졌는지 이젠 아예 통곡을 합니다.

"우엥~~ 내 딱지~ 내 딱지~ 춘식이 딱지~"

별이와 놀고 있던 순이가 놀라 밖으로 나옵니다.

엄마를 본 춘식은 더욱 서럽게 울어 댑니다.

영이는 얼른 춘식이를 안아 줍니다.

"춘식아~ 왜? 왜 울어?"

"딱지~ 딱지가...."

"아구~~ 우리 춘식이 헌진이 형아랑 딱기 먹기 놀이했구나?!!

형아가 딱지 다 따서 갔어?"

춘식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랬구나!! 춘식아 엄마가 오늘 우리 춘식이한테 고마운 것이 있어서 선물을 주려 하는데 엄마 선물 받아 줄래?"

춘식은 서서히 울음을 그치고 순이를 빤히 쳐다봅니다.

"우리 춘식이가 별이랑 사이좋게 놀아서 엄마가 너무 기뻐. 

그래서 울 춘식이에게 선물로 딱지를 사 주려고.... 우리 딱지 사러 갈까?"

춘식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춘식아~ 맘에 드는 걸로 골라 볼까?

"응응"

춘식은 신이 났습니다.

새로 나온 모양도 있습니다.

한 참을 고민하다가 젤루 맘에 드는 딱지들을 골라 드는 춘식입니다.

그러더니 집어 든 딱지 다섯 개를 양손에 쥐고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영이는 울다가 웃는 울 귀염둥이 춘식을 보며 사랑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짓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의 춘식이입니다^^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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