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ikim Sep 27.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춘식아~올라 온나

"응애~응애~"

"별아~왜? 배고파?"

"아앙~아앙~"

별이는 더더 서럽게 웁니다.

순이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습니다.

그리고는 우는 별이에게 젖을 물립니다.

조금 빠는가 싶더니 별이는 칭얼대며 또 웁니다.

순이가 이번에는 기저귀를 봅니다.

"알았다. 울 별이 응가했구나!! 어쿠~많이도 쌌네."

기저귀를 갈자 갑자기 조용해지는 별이입니다.

"별아~ 우리 조금 더 잘까?"

순이는 잠자리에 누워서 별이를 다독거립니다.

별이도 순이도 서서히 잠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순이가 막 선잠이 들던 순간....

"응애~응애~응애~"

별이가 또 웁니다.

깜짝 놀란 순이는 다시 일어나 앉습니다.

"별아~ 왜? 배고파?"

순이는 반쯤 눈을 감고 별이에게 다시 젖을 물립니다.

꼴깍꼴깍 별이는 한참을 먹습니다.

"아가가 꼴깍꼴깍 젖 삼키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중에 하나래.

아구 울 별이 잘 먹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젖을 물리던 순이가 꾸벅꾸벅 졸고 맙니다.

졸다가 몸이 많이 흔들렸는지 별이의 얼굴이 모유로 뒤범벅이 됩니다.

"응애응애응애"

맛있게 먹다가 봉변을 당한 별이가 또 웁니다.

"아구~아가야~미안해. 미안."

밤은 깊어지고 모두가 잠들어 조용해졌습니다.


"위잉~위잉~"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 때문에 윤석이 잠에서 깹니다.

'어~모기다'

윤석은 모기를 잡으려 공중을 향해 손을 움켜쥡니다.

식구들이 깰까 봐 조용조용 모기를 잡으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

결국 우리의 별이가 울고 맙니다.

"아앙~아앙~"

윤석은 모기가 별이 곁에 가지 못하게 별이를 향해 손부채를 부칩니다.

"별아~ 왜? 배고파?"

순이는 잠에서 채 깨지 못하고 잠에 취한 채 별이에게 배고프냐고 묻더니 이내 별이를 다독거립니다.

금세 별이는 조용해지네요.

자면서도 별이를 다독거리는 순이를 보며 윤석은 살포시 미소를 짓습니다.

순이가 측은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한가 봅니다.

윤석은 살포시 춘식을 내려다봅니다.

춘식은 여전히 잘 자고 있습니다.

밤새 별이가 울어도 엄마가 별이를 재우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굿굿하게 아주 잘 잡니다.

우리의 춘식은 잠이 들면 아주 푹 잘 자는 착한 아이입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잠이 든 식구들의 모습이 아주 잘 보이는 날입니다.

윤석은 잠들어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밤새 별이를 보느라 지친 듯 보이는 순이, 엄마의 고생은 알리 없어 마냥 쎄근쎄근 잠자고 있는 별이,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춘식이....

가족들을 바라보며 춘식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터 옵니다.

윤석은 식구들이 있게 모기 단속을 한 후에 날이 밝아 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잠이 듭니다.


"아부지~아부지~"

춘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윤석을 부릅니다.

"춘식이 깼나?"

'끄덕끄덕' 춘식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리 온나"

윤석은 밤새 잠을 설친 순이를 좀 더 재우려고 얼른 춘식을 안고 공장으로 건너갑니다.

춘식은 아버지 공장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공장에는 춘식이가 애정하는 엿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공장에 도착한 윤석은 이른 아침부터 엿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쌀을 뿔리고 엿기름을 손질하고 물을 끓입니다.

공장 식구들도 빠르게 빠르게 일을 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모두 같이 서둘러 일을 합니다.

춘식은 이리저리 구경을 하느라 바쁩니다.

엿창고도 들여다보아야 하고 엿판과 가위를 만져도 보아야 합니다.

이곳엔 온통 춘식이의 관심을 끌 재미난 것들이 많았답니다.

급한 일을 다 마친 윤석은 다시 춘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선 춘식이 외할머니 현수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왔나? 어여 드가세~"

"할머니 이거 뭐야?"

"김치찌개다. 맛있겠지?"

'끄덕끄덕' 춘식은 대답대신 좋아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춘식아~~ 가자. 울 춘식이 재미난 구경 하러 가자."

"아부지~ 우리 어디가?

"좋은 곳에 가지?"

"좋은 곳 어디?"

"가보면 알지....."

"춘식아~봐라~~ 수박이다. 수박.

울 춘식이가 좋아하는 수박이 참 많지?

"우와~많다"

"아부지! 우리 저거 먹어도 돼요?"

"그럼. 우리 춘식이 먹어도 되지."

"앞으로 여기 이 수박들은 다 우리 춘식이에 꺼다."

"좋아~좋아~"

윤석은 작은 수박밭을 하나 샀습니다.

이건 수박을 좋아하는 춘식이를 위해 준비한 윤석의 선물입니다.

"자~ 춘식아~ 어떤 수박 먹을까?"

춘식은 젤로 색이 예쁜 수박을 가리킵니다.

"어구~ 우리 춘식인 수박도 잘 고르는구나!!"

윤석은 춘식이 가리킨 수박을 따서 품에 안습니다.

"춘식아~ 가자. 따라 온나~"

춘식은 신이 나서 아버지를 졸졸 따라갑니다.

"춘식아~~ 잘 보렴~ 저기~ 저 오두막이 우리 오두막이야~"

"저기 올라가면 수박 밭도 아주 잘 보이고 시원하단다."

춘식은 어리둥절한지 눈을 깜빡거리며 윤석을 따라갑니다.

"다 왔다. 춘식아~ 올라 가자"

윤석은 수박을 들고 원두막으로 올라갑니다.

원두막에 오른 윤석은 시원한 바람을 잠시 느끼며 뒤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있어야 할 춘식이 보이질 않습니다.

수박을 내려놓을 겨를도 없이 원두막 계단을 내려다봅니다.

춘식은 아래에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모습으로 그저 위를 올려다보고만 있습니다.

"춘식아~ 올라 온나. 괘안타. 올라 온나"

연이은 윤석의 채근에 춘식은 오두막 계단을 잡아 봅니다.

난생처음 본 2층에 계단까지 만나게 된 춘식은 마냥 겁이 납니다.

"괘안타~~ 올라 와 봐라"

춘식은 힘겹게 한 계단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결국 두 발은 첫 번째 계단에 두 손은 두 번째 계단에 올려놓은 채 울고 맙니다.

"으앙~~ 으앙~~"

이젠 아기도 아닌 춘식이 계단에 매달려 엉엉 웁니다.

한참을 기다리며 보고 있던 윤석은 한 번씩 웃고는 내려와 춘식을 안습니다.

안고 원두막을 다시 오릅니다.

때마침 선선한 바람이 불어 주네요.

둘은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느끼며 원두막에서 수박밭을 둘러봅니다.

아버지 품에 안겨서 보는 수박밭은 참 멋지고 좋습니다.

"아부지~ 저 수박 다 우리 꺼야?"

"그럼~ 다 우리 꺼지. 우리 춘식이 꺼지"

"우와~많다~~"

윤석은 원두막에서 춘식과 수박을 먹고 춘식에게 민요를 불러 줍니다.

윤석은 흥이 많은 사람이라 민요도 국악도 맛을 가득 담아 부릅니다.

그래서 춘식도 동네 사람들도 그를 좋아했고 그의 노래를 좋아했지요.


"춘식아~ 왔나?"

춘식이가 고개를 돌려서 쳐다본다.

윤석의 벗 동식이 윤석을 부르는 소리이다.

그런데 춘식이가 돌아보자 동식은 얼른 춘식이와 눈을 맞추고 춘식이를 반긴다.

이들은 주로  친구들의 큰 아이 이름을 친구 대신해서 불렀다.

그것을 알리 없는 춘식은 춘식이 이름이 불리워질 때마다 쳐다보았다.

윤석은 요즘 아이 나이를 하고 있는 순이를 위해 춘식이를 전담으로 돌보고 있다.

그래서 춘식이를 이곳저곳 참 많이도 데리고 다닌다.

춘식이는 지인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하고 웃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좋은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노래를 조금씩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춘식아~ 니도 노래할 줄 아나?

윤석의 벗 동식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는다.

내성적인 춘식은 부끄러운지 아버지 뒤로 숨으면서 동식을 쳐다본다.

"야~춘식이가 니 닮았네. 노래를 곧잘 따라 하네?"

"맞나? 내 닮았나? 울 춘식이가 내를 닮았나?"

윤석은 기분이 좋아 여러 번 반복해 물으며 춘식을 안습니다.

쑥스러운 춘식은 씨익 웃으며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