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반갑다. 아가야~
"응애~응애~응애~"
아가가 세상에 인사를 합니다.
"아들이에요. 아들~"
아이를 받아 든 산파가 속삭입니다.
열다섯 시간의 진통 끝에 순이는 둘째 아들을 만났습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피부가 하얀 사내아이였습니다.
"반갑다. 아가야~ 나는 네 엄마란다."
"응애~응애~응애~"
아가도 엄마에게 인사를 합니다.
"엄마한테 오느라 수고 많았지? 우리 잘 지내보자~"
"응애~응애~응애~"
아이도 네네네라고 울음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엄마가 우리 아가를 아주 많이 환영한단다.
사랑한다. 내 아가~"
"응애~응애~응애~"
아가도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대답을 하는 듯 힘차게 웁니다.
때는 바야흐로 1936년 아직은 일제 강점기였습니다.
스무 살 순이가 둘째 아가를 출산하였네요.
아직 어린 아가의 엄마는 웃픈 미소를 지으며 먼 산을 응시합니다.
3년 전 그녀는 그녀의 큰 아들 용수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홍역으로 그녀의 장남 용수를 잃었습니다.
그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순이입니다.
그런 순이가 둘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둘째 아들을 얻은 순이의 마음은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한편으론 내면 저 깊은 곳에 묻어 둔 상처로 두려움이 앞섭니다.
순이의 남편 윤석은 그런 순이의 마음을 아는 듯 조용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 줍니다.
그들은 같은 아픔과 상처를 가졌습니다.
"이 이름도 좋네요."
"이 이름은 어떠하오?"
"좋아요."
"우리 아들은 봄 같은 시절을 살라고 춘식이라 부르면 어떻소?"
"좋습니다"
도란도란 아이의 이름을 짓는 순희와 윤석입니다.
아이의 본명은 항렬에 맞추어 귀한 이름을 지어 족보와 호적에 올리고
아이의 가명은 봄과 같은 시절을 살라고 춘식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귀한 아이는 모든 이들에게 춘식이라 불려졌습니다.
"춘식아~ 춘식아~ 여기다. 여기~ 여기까지 와 보렴~~"
"춘식아~ 춘식아~ 어디 숨었니? 까꿍~ 찾았다."
"까르르르"
온갖 재롱을 피우는 춘식입니다.
춘식은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봄 같은 아가 시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윤석은 엿을 만드는 엿의 장인이요 국악을 즐겨 부르는 소리꾼이요 사람을 좋아하는 한량과 같은 이였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항시 따르는 이가 많았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지요.
사업의 수단이 좋아 그의 엿공장은 늘 북새통을 이루었답니다.
그리고 순이는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라 조용하고 순종적인 현모양처로 사랑받는 아내였습니다.
그 안에서 자란 춘식은 마음이 따뜻하고 맘이 여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아가였지요.
어느 날 순이는 돌쟁이 춘식을 등에 업고 그 위에 보를 한 번 더 씌워서 어딘가로 부지런히 갔어요.
그곳은 다름 아닌 냇가였지요. 순이는 그물망으로 물고기들을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함께 가져간 양동이에 담았습니다.
"춘식아~ 니 이게 뭔지 아니? 물고기다 물고기"
"신기하니? 우리 이 물고기 가져나 맛난 거 해 먹자."
"우와~~ 우와~~"
고기잡이를 처음 본 춘식은 연신 감탄을 합니다.
물고기를 여러 마리 잡아 담은 순희는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호기심 반 무서움 반으로 내다보고 있던 춘식이 꿈틀꿈틀거리자
순간 야리야리한 순이는 중심을 잃고 물에 풍덩 빠지고 맙니다.
아가가 감기에라고 걸릴 쌔라 순이는 물고기를 담은 양동이를 들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