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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Sep 20.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춘식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춘식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음~꼬순 냄새~맛있겠다^^"

순이는 본인이 잡아 손질해서 구워 놓은 생선구이가 제법 마음에 드나 봅니다.

"춘식 아부지~ 식사요. 춘식아~ 밥 먹자. 우리 물고기랑 밥 먹자."

아직은 어린 순이가 소박하게 차린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비행기 놀이를 하고 있던 윤석과 춘식이 순이와 순의 밥상을 반깁니다.

"우와~맛나겠다. 우리 춘식이 물고기 먹자~"

두 사람은 밥상 앞으로 다가와 앉습니다.

밥상 위에 생선구이를 보고 있던 춘식이가 눈을 깜빡거립니다.

"왜? 춘식아~ "

"싫어.... 싫어....."

춘식이 고개를 연신 젓습니다.

"응? 배 안 고파? 밥 먹어야지."

"눈~"

"응? 눈?"

"왜 눈이 아파?"

순이는 문득 뭔가가 떠오르는지 얼른 춘식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

"열이 있나? 춘식아~ 어디 어디가 아파?"

"아니.. 아니...."

춘식이 또 고개를 젓습니다.

"그럼 왜? 뭐 땜에 그래?"

"물고기가 아파. 물고기 울어."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윤석은 알겠다는 듯이 생선 그릇을 들고나갑니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머리와 꼬리 그리고 뼈가 제거된 하얀 살들만 발라진 생선구이 접시를 들고 들어 옵니다.

"춘식아~ 꼬기 먹자~ 하얀 꼬기 먹자~~"

"자! 여깄다. 아~~"

그제야 춘식은 환하게 웃으며 생선살을 받아먹습니다.

"아쿠 잘 먹네. 우리 춘식이가 최고야~"

늘 엄마, 아빠가 발라 주던 생선살을 이리 잘 먹던 춘식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서 어제 엄마와 함께 냇가에 가서 본 물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를 냇가에서 본 춘식은 생선의 모습이 달라 보였나 봅니다.


"춘식이 일어났나? 어서 온나~" 

작업장에서 엿을 만들어 담고 있던 윤석이 작업장이 궁금해서 기웃거리고 있는 춘식을 반깁니다.

"춘식아~ 엿 줄까? 아버지가 정성껏 고은 엿이데이~~"

엿을 주신다는 아버지의 말에 얼른 작업장으로 들어서는 춘식입니다.

"우리 춘식이 무슨 엿으로 줄까? 쌀엿 줄까? 호박엿 줄까?"

춘식은 얼른 아버지 옆에 와서 앉습니다. 그러고는 먹음직해 보이는 쌀엿과 호박엿을 양손으로 가리킵니다.

" 녀석~ 둘 다 달라고?"

춘식은 대답되신 귀엽게 눈을 깜박 꺼립니다.

"옛다. 울 아들 많이 먹고 쑥쑥 자라렴."

양손에 엿을 든 춘식은 신이 나서 아버지의 작업실을 이곳저곳 조심스럽게 누비고 다닙니다.

윤석의 작업장은 춘식에게는 간식창고이고 놀이터이고 관찰실입니다.

윤석의 작업실에는 쌀과 호박과 엿기름과 콩가루 등의 재료들이 가득했고 가마솥과 여러 기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쪽 켠에는 리어카, 엿판, 광목줄, 무쇠엿가위, 엿정 등도 있습니다. 윤석의 공장에는 모두 20명의 직원들이 있습니다. 모두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윤석은 늘 아침 일찍부터 공장일을 시작하고는 늦은 오후에는 직접 엿을 들고나가 판매를 합니다. 사람들을 워낙에 좋아했던 윤석은 생산, 운영, 판매에까지 모든 파트에 손수 관여를 했답니다. 윤석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흥이 뒷따랐지요. 그의 언변과 국악 실력은 단연 그 지역 일 순위였으니까요.


모두에게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춘식의 세 살 시절 그는 꽤 통통하리만큼 잘 먹었지요. 그에게 그 시절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심신이 건강하고 따뜻한 시절이었습니다.


"아!! 배야~~"

"춘식 아부지 아무래도 별이가 나오려나 봐요."

얼마나 앓았는지 흠뻑 땀에 젖은 순이가 윤석을 깨웁니다.

"알았소. 내 금세 다녀 오리다."

자정이 넘은 시간부터 이미 순이의 진통은 시작되었습니다.

너무나 오래 진통을 참고 있던 순이입니다.

"장모님~ 아이가 곧 나올 듯합니다"

윤석은 한 동네에 사는 처가로 달려 가 급히 춘식의 외할머니를 깨웁니다.

"아니 벌써? 산 달이 아직 두 달은 남았는데...." 깜짝 놀란 순이의 어머니입니다.

곧 놀란 춘식의 외할머니와 춘식의 이모가 나옵니다.

순이의 어머니와 윤석은 순이에게로 달려가고 순이의 동생인 영이는 산파를 데리러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세 시간 뒤 춘식에게 여동생이 생겼습니다.

"응애~응애~응애~"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고 인사를 합니다.

"공주예요. 공주~" 산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언니~수고했어. 언니 닮은 예쁜 딸이야"

"어쩜 이리 예쁠꼬"

순이와 영이는 연신 아이를 들여다보며 감탄을 합니다.

"내 아가야~ 세상으로 나오느라 수고했다."

"별처럼 빛나는 아가야~사랑해^^"


"엄마~아빠~"

"어이 내 새끼. 일어났어."

"밥 먹어야지. 얼른 세수하고 온나."

"할머니~ 엄마는 어딨어? 아빠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와 아빠를 찾는 춘식입니다.

"나 집에 갈래요~엄마한테 갈래요."

"춘식아~여기서 열밤만 자고 가자. 할머니랑 조금만 살자"

"싫어. 싫어. 엄마한테 갈 거야~"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춘식이인데 오를 따라 떼를 씁니다.

아마도 동생이 태어난 것을 감각적으로 아는가 봅니다.

"춘식아 일단 밥 먼저 먹자. 밥 먹고 있으면 아빠 오실 거야.

울 춘식이 좋아하는 꼬기 줄게. 나물도 있네. 밥 다 먹으면 엿도 줄게"

엿이란 말에 미소를 짓는 춘식....

"밥상 가 온나"

춘식의 외할머니 현수가 아지에게 말합니다.

"예. 바로 들고 들어갈게요^^"

춘식이의 외 할머니는 밥상을 받아 듭니다. 그러고는 춘식이 앞에 놓아줍니다.

어린 춘식은 또 울상이 되었습니다.

"할머니~할머니~ 물고기가 우릴 쳐다보잖아. 어떻게 이 아픈 물고기를 먹어."

"나 밥 안 먹을래! 그냥 엄마한테 갈래요~"

춘식의 땡깡에 현수는 춘식을 데리고 순희에게로 갑니다.

"엄마~~"

윤석은 달려들어오는 춘식을 앉고 작업장으로 갑니다.

"우리 춘식이 엿 먹을래?"

(끄덕끄덕)

아직도 불안한 춘식은 고개만 끄덕입니다.

윤석은 춘식의 양손에 엿을 쥐어 줍니다.

"춘식아~ 엄마가 춘식이 동생을 낳았어. 춘식이는 이제 오빠가 된 거란다.

오빠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윤석의 질문에 춘식은 대답없이 시무룩해집니다.

동생은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엄마는 지금부터 동생을 많이 돌봐야 해."

"그럼 춘식이는요?"

"춘식이는 이제 오빠니까 우리 춘식이도 같이 동생을 돌볼까?"

동생에 대해 지난 몇 달간 설명을 들어온 춘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식은 왠지 불안한 모양입니다.

아버지의 권유를 담은 질문에 그저 말없이 춘식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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