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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은 세상들

하늘의 일출

by Unikim Feb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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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이 깔린 새벽,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다. 세상이 깊은 잠에 든 듯 고요한 어둠 속, 비행기는 조용히 하늘로 떠올랐다. 칠흑 같은 밤을 가르며 나아가던 그때,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명하면서도 아련한 그 빛이 왠지 모르게 반갑고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대기 뜨겁게 일렁이며 이글거린다. 이내 붉은 여명이 순식간에 번져 나가더니, 비행기 창밖 하늘은 층층이 물들어 그라데이션을 이루어간다. 그 광경이 참으로 경이롭다.

미명의 공간에 여명이 스며들고, 그 빛을 안은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햇살을 머금은 구름은 눈부시게 빛났고, 하늘은 천천히 새로운 날을 열어 갔다. 우리는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그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았다.

시간마저 멈춘 듯한 그 순간,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구름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내려앉은 빛 같기도, 색을 품은 구름의 바다 같기도 했다. 그 빛은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신비로웠다. 마치 하늘과 땅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순간이랄까.....

일출의 순간이 지나자 창밖은 온통 새하얀 구름으로 뒤덮였다. 새벽의 흔적처럼 푸르스름하던 구름은 점차 붉게 물들더니 급기야 포근한 솜사탕처럼 부드러워졌다. 신의 손길이 스친 듯한 구름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었고 대기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고요히 움직였다. 이곳에서는 시간마저도 다른 속도로 흐르는 듯했다. 아마도  아침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시간은 느릿하게 흘렀다. 시끄러운 세상도 힘 마음도 모두 저 아래에 내려두고 우리는 구름처럼 가볍게 그곳에 머물렀다. 하늘의 구름 사이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한여름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글 때처럼 온몸을 시원하게 감싸왔다. 아무리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은 신비롭고도 웅장했다. 대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하다. 그날의 감동이 너무도 깊어 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날의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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