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고학번의 고민
막 대학졸업을 앞둔 시점 여느 고학번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진로고민에 빠졌다.
스페인어 선생님이 될 것인가 전공을 살려 해외에서 일해 볼 것인가
어떻게 보면 둘 다 전공을 살린 선택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큰 차이가 있었는데, 선생님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면 특수언어 선생님인 만큼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해외취업을 준비하게 된다면 나 혼자 하나하나 다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불확실성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멕시코는 너무나도 낯선 땅이고 연고도 없이 혼자 가는 것에 대한 많은 우려와 만류가 있었다. 무엇보다 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총과 마약 그리고 갱단이다 보니 더더욱 국내취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국내 취업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한 이유는 나의 전공 선택 을 할 당시의 마음가짐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다. 스페인어를 선택할 때 나는 영어 다음으로 널리 쓰이는 언어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와 경험을 쌓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해외를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기 때문에 그리고 졸업을 앞둔 당시에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의 반대에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취업을 앞두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리고 마침 내가 가르치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 입장에서 국내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생각해 보아라, 모두가 해외취업을 우려하고 해외취업을 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너무나도 까마득한 상황에서 적성에 맞으며 보장된 길이 있고 바로 연락가능한 가족이 있는 국내취업이라는 선택지.
바로 놓을 수 있었을까? 마음은 이미 해외취업으로 기울었으나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과 주변환경이 해외취업을 고려하던 나에게 생각보다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하루하루 입장이 바뀌며 고민하던 나의 의견을 굳히게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
외할머니와의 우연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음식을 갖다 주며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내 졸업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흘러가게 되었는데, 그때 나의 고민을 아시고는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할머니 어렸을 때는 배우고 싶어도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하고 살았어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해도 네가 하고 싶은걸 해
지난 시간의 회한이 담긴 일렁이는 눈빛으로 손녀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담담히 그러나 분명히 전하였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며 신선한 충격이 일었다.
생각해 보면 나와 같은 연도에 태어났지만 다른 환경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시도조차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특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사용하기를 망설이는 나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바보 같던지
할머니의 말씀 덕분에 나는 주변의 소리가 아닌 나의 소리를 따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해외취업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