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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엄지 Jun 27. 2024

상담실

새벽 두시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보며 뒤척이고 있는데 동생에게 메시지가 왔다. 알 수 없는 오타들과 뒤섞여있는 말들로 가득한 메시지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천천히 다시 읽으며 확인해 보았다.


집에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 아저씨가 바닥에 눕히고 때리며 수갑을 채우더니 경찰서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보호자가 와야 집에 보내준다고 하여 나보고 빨리 경찰서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짧고 간결하게 답장을 보냈다. ”술 먹었니?”

돌아온 답장은 “아주 조금 마셨어.”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침착하게 민증을 챙긴 뒤 택시를 불러 경찰서에 도착했고 신분확인 후 안으로 들어가 동생을 보았는데 처참했다. 한쪽 손은 의자에 수갑을 채운 채 앉아있었고 바닥에 끊임없이 침을 뱉고 있었다. 경찰관이 다가와 가족이냐고 다시 한번 물었고 친누나라고 대답했다.

남의 집에 가서 문 열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고 그 집 대문을 부쉈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수갑을 채워났다는 것이었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배울 게 없어서 그걸 배웠냐.

화가 치밀었다.

동생에게 따져 묻고 싶은데 아직도 만취 상태라 보호자가 와도 집에 보내줄 수 없다는 말에 경찰서에서 네 시간을 기다리고 해가 다 뜬 다음에야 동생의 수갑이 풀렸다. 진정이 되었는지 나를 알아보고 아주 서럽게 울었다. 술이 깬 동생의 첫마디는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줘 제발 입원시켜줘 내가 그랬대 제발 입원시켜줘”였다.


동생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이 모습을 보고 놀랬는지 아직 어리고 초범이니 피해자를 설득하여 합의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감사하다고 몇 번을 인사하고 나서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피해자가 동의하여 휴대폰 번호를 전해 받을 수 있었고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기 전 부모님한테 먼저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알렸다.

"네가 누나니까 합의서 받을 수 있게 좀 도와줘.”였다. 동생과 나는 고작 세 살 차이다.


결국엔 내가 해야 할 일이 될걸 알기에 동생에게 번호를 물어 내 휴대폰에 저장했다. 최대한 공손하고 낮은 자세로 연락을 드렸고 다음날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죄인이 되어 사죄하며 울었고 합의금을 건네고 합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 너덜 해진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가는 길 동생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였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2주 뒤, 상담 예약을 했다며 무섭고 긴장되니 첫날에만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같이 가주었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와 동생은 나란히 앉아있었고 1시간쯤 지난 뒤 동생 이름이 불렸다. 동생은 일어나 상담실로 향했고 ‘똑 똑’ 노크를 두 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의 발걸음이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


나는 언제쯤 저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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