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한 날은, 서점숙소라는 곳을 방문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간 곳인데 1박만 하기에는 아쉬운 곳이라 하여 처음 가는 곳인데도 연박으로 2박을 예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참, 따수운 곳이었다.
누구 한 명 놓치지 않고 챙겨주려 노력하는.
처음 간 곳이고, 혼자 간 곳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많이 어색하게 굴었는데 짧은 2박 3일 동안 많이 챙겨주셔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아침 산책을 함께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노을을 함께보고. 그 곳은 ‘함께’라는 것이 참으로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다른 분께 ‘함께’하지 않겠냐고 물어보게 되는 곳.
첫 날에는 게스트 분들의 절반 정도가 단골 분들이라 괜히 더 어색하게 굴었는데, 퇴실할 때는 이 곳에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나왔더랬지. 이 곳의 감성과 밤마다 진행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혼자가 익숙한 내가 함께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곳,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은 존재 자체가 자석과 같아서 비슷한 기운을 가진 장소나 사람에게 이끌리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따수운 그 곳에 따수운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게 아닐까. 그 곳에 있으며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참 따듯했다.
숙소에서는 저녁마다 2시간동안 ‘오름에게’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공식적으로는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필사를 한 후에 서로 공유하는 시간인데, 그날그날의 분위기와 인원수에 따라 질문카드를 만들어서 그에 대한 대답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하루는 필사를 했고, 하루는 질문카드를 했는데. 모두 진행해볼 수 있어 좋았다. 각각의 매력이 다르게 느껴졌다.
필사는, 솔직히 요즘 ‘사랑’에 대해 고민해 본 지가 오래돼서 고민이 많았는데, 사장님께서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이나 공유하고 싶은 말’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다고 해주셔서 들고 갔던 책의 내용을 필사했다. 내가 가진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사고의 방향을 공유하면서 공감도 받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나에 대한 사랑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시간이 모두 끝나고 나서 자신과 정말 비슷한 생각을 해서 놀랐다고 하길래 신기했다. 아예 새로운 장소에서 만났지만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려온 사람들이 비슷하게 겪는 과도기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질문카드의 경우에는 각자가 가진 생각이나 고민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또, 질문 카드의 경우에는 질문을 듣고 나의 대답을 속으로 해보며 나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슬픈 일이 있을 때 어떤 노래를 들으세용?’이라는 질문이었는데, 질문보다는 답변의 내용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이 질문을 보고 나는 정말 단순하게 ‘잔잔한 발라드를 주로 듣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답변을 하신 분은 ‘일단 저는 슬플 때 노래를 안 들어요. 슬픈 감정 자체를 오래 가져가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감정을 잘 못느끼시는 분이 아니라 ‘주변에 감정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과거의 일들을 통해 감정을 흘려보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분이셨던 걸 알게 되었다. 뭐랄까, 내가 갖고 싶은 이상적인 감정 대응 방법이었다. 단순히 감정 자체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감정을 다 느껴봤기에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데 깨달음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아직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는 방법조차 어색한 사람이기에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겠다는 다짐을 홀로 했다.
다음으로는 ‘진짜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쓰신 분은 꽤나 충격적인 얘기를 해주셨었는데, 줄여서 설명하자면 도덕적인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을 친구로 둘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런 류의 질문을 들을 때면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보는 편인데, 항상 결론은 ‘모르겠다’이다. 나마저도 답답한 답변. 그 상황에 놓여 봐야 내 결정을 알 수 있는. 그래서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그 이유를 명확히 답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언젠가 나도 단단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갈대와 같은 나는 모든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이 이유를 들으면 그게 타당해보이고, 저 이유를 들으면 또 그게 타당해보여서. 결론은 아직도 내지 못했다. 막연히 그래도 친구로 지내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정하고 따뜻한 감정이 아닐까. 남녀 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가족 사이의 사랑,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 사랑에 대한 정의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아마 책에서 봤던 내용인 것 같은데, ‘자아의 확장’이다. 사람은 본디 ‘나’만을 생각하는 존재인데, 사랑을 한다는 것은 정의하는 ’나‘의 범주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딱 들었을 때 너무도 직관적으로 와닿아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기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내 우선순위의 0순위에 위치한 ’나‘의 동순위로 그 사람을 둘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와 비슷하면서도 폭넓은 정의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도 질의응답 중에 나왔던 내용인데, 우리는 모두 사랑을 명사로 정의하려 하는데, 동사로 정의하면 조금 더 표현의 폭이 넓어진다고 하시더라. 생각해 본 적 없는 방향의 확장이었다. ‘사랑한다’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일상 안에서 한 번 더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것. 지금의 나에게 사랑한다는 것 그런 것이다.
그 따뜻한 공간에서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많이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