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한 소품샵에서 노트를 하나 샀다. 항상 종이와 펜으로 기록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적당한 노트를 고르지 못하다가 드디어 노트를 샀다. 그 후 문득 펜을 잡고 글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짧게라도 기록을 남겼다. 이번 글은 그 기록 조각 모음이다.
6월의 첫 날, 펜을 잡다. 바다가 보이는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엊그제 게스트하우스에서 인연을 맺은 분과 음료 한 잔씩을 앞에 두고 파도 소리와 차의 소음을 들으며 바람을 느끼고 있으니 이것이 여유인가 싶다. 글을 쓰리라 마음을 정한 이후로 이렇게 펜으로 한 자씩 적어가고 싶었는데 현실은 브런치 연재일이 닥치면 노트북을 켜고 1~2시간 뚝딱 양산형에 가까운 글을 쓴 것 같다. 어쩌면 일기에 더 가까울. 그렇게 쓰는 것이 맞나..? 사실 쓰는 데에 맞고 틀리고가 어디 있겠냐만은, 내가 원하는 글의 방향이 맞는 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래도 '쓴다'는 행위를 지속하는 것에는 확실히 의미가 있다. 어제는 밤에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걷다가 했는데 문득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했지만...) 쓴다는 행위의 지속이 내가 가진 생각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어제는 또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의 생각과 말들은 너무도 모호하지만 이게 나의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 지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 보이는 것이 없음에 실망하지 말자. 쉽게 얻는 것들은 쉬이 스러지기 마련임을 마음 깊이 되새기며 한 걸음씩 내딛는 삶을 살자.
작은 것에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고, 길가에 핀 꽃, 따스한 햇살, 때마침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해가 뜨고 지는 그 하나하나의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와보고 싶었던 세화의 작은 카페 '오늘의 감정 오감'에서. 다 먹은 당근 케이크 접시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앞에 두고. 계산적인 삶을 살지 않기로 다짐하고는 또 계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시간을, 돈을. 문득 닥쳐오는 현실의 감각이란 그런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불안의 파도와 같은 것.
내가 삶을 대하는, 대하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가 하면. 흔들리고 헤매더라도 나만의 길을, 나만의 방향을, 나만의 속도로 가고 싶은 것이다. 이 길이 틀렸다 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후회없는 삶.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이무진-'뱁새'인데, 가사가 아주 인상깊은 곡이라 추천을 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