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출근을 안 한 지 벌써 2주나 되었나. 아니, 2주'밖에' 안되었나의 느낌이 더 강한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출근을 안하는 생활에 너무 빠르게 적응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보통 하던 걸 안하면 허전함을 느낀다던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 하루에서 회사 생활이 빠졌는데 별 감흥이 없다. 너무 빠르게 익숙해져서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2주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이 변했는가. 나의 기억력은 믿기 힘들기에 옆에 다이어리를 펼쳐놓았다.
일단, 첫 2~3일 정도는 산책을 하고, 브런치 글을 쓰고, 갑자기 하고 싶어진 베이킹을 하며 시간을 정말 여유롭게 운용했다. 하루는 긴 것 같으면서도 너무 짧았다. 솔직히 휴직 전에는 이렇게 시간을 늘어져라 보내는 나날을 일주일 정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내 하루하루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겨우 3일차인데, 조급함이 만성이 된 것 같다.
면밀히 살펴보자면 호주 출국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중간에 제주도 여행도 계획되어 있으면서 한가롭게 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던 것 같다. 정확히 출근을 안한 지 나흘 째 다이어리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정말 문득 불안해진 것 같기도.'
그 때 쯤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리고 영어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재태크 공부도 하리라 마음 먹었고, 라떼아트 원데이 클래스도 하나 신청했다.
거짓말처럼 몸살이 찾아왔다. 열기운에 몸살이 겹쳐서 하루는 종일 잔 것 같다. 깨어있을 때도 멍한 느낌이었어서 그 날 한 것들은 꿈에서 한 것 마냥 기억이 뿌옇다. 몸살 기운이 조금 가나 싶어졌을 때는 장염이 찾아왔다. 그렇게 한 5일은 내리 아팠다.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니 몸도 불안해졌었나 보다.
아픈 와중에도 블로그, 영어공부, 가벼운 운동은 최대한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꾸준히 뭔가를 하는 내 모습이 날 지탱해주는 지지대였다. 몸은 서서히 나아졌고, 지금은 나의 루틴을 만들어보려 하는 중이다.
가장 노력하는 것은 '눈 뜨자마자 폰 보지 않기'이다. 습관처럼 할 때는 몰랐는데, 한 날 일찍 일어난 김에 폰을 보지 않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독서를 했을 때 그렇게 정신이 맑을수가 없더라. 그 이후로는 기상 직후 폰을 보지 않는 습관을 들이려 하고 있다. 그 대신 물 한 잔을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후 독서를 조금 한다. 그러고 나서 폰을 하면 딱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폰을 내려놓을 수가 있다. 신기한 일이다.
출퇴근을 안한 이후로 이상하게 일찍 일어난다. 자는 시간은 원래도 꽤 이른 편이었는데, 기상 시간이 일러지면서 자는 시간도 조금 더 일러졌다.
평소 알람이 7시인데 알람 소리에 눈을 떠 본 적이 없다. 더 이상한 건, 평일만 그런 게 아니라 주말도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 진다는 것이다. 생체리듬이 최적화되고 있는 중인가 싶다.
알람소리가 들리기 전에 눈을 뜨는 건 꽤나 상쾌한 기분이라 이 루틴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는 라떼 아트 수업을 받았다. 수업을 받게 된 주된 이유는 '불안감'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취득했는데, 라떼아트를 못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봤던 것이 불안감을 자극했다. 물론, 일을 할 생각만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에 '못구하면 안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수입이 없는 삶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한 구석에 계속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업은 요일이 정해져 있고, 기간이 긴 것들이어서 반포기 상태로 있다가 괜찮아보이는 '원데이 클래스'가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제 가게 된 것인데, 열심히 배우다가 보니 한 켠에 안내문이 있는것이다. 그 안내문의 '워킹홀리데이' 6글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알고보니 원데이 클래스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준비과정', '카페 창업반 과정' 같은 실무과정들도 다루는 곳이었더라.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는 것 같고, 재밌어서 원데이 클래스를 추가할까 생각중이었기에 바로 질문을 드렸다. 상담은 즉석에서 이루어 졌다. 선생님께서 1:1로 진행해주시기 때문에 시간은 모두 조정 가능하다고 하셨고, '워킹홀리데이' 예정이라 하니 라떼 취미반(4시간 라떼 아트 수업 진행)으로 등록해서 4시간동안 라떼 아트, 카푸치노, 플랫 화이트를 전반적으로 모두 봐주시기로 하셨다. 이렇게 운이 좋을수가.
그렇게 등록을 하고 기분 좋게 집에 오는 길에 뭔가 '퍼즐이 맞춰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할 수 있는 게 'Connecting the dots'(스티브 잡스 연설문)라면 과거에서 미래를 그리며 할 수 있는 건 '퍼즐 맞추기'가 아닐까.
오늘의 배경사진은 원데이 클래스에서 직접 한 라떼 아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