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끝내고 나니 몸이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속절없이 녹아내릴 듯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뛰어들어 풀썩 드러눕고 싶지만,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시간에 이대로 일정을 끝내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결국 있는 체력 없는 체력을 끌어모아 터벅터벅 숙소를 나섰다. 올드타운으로 나가기 위해 인드라이브를 부르고 숙소 앞에서 기다렸다. 차가 막히는지 차는 올 생각을 안 하고 다리는 서서히 풀려갔다. 결국 체면 불고하고 숙소 앞에 주저앉아서 기다렸다. 옆집 슈퍼의 까만 강아지도 길가에 나와 앉아있어 강아지 옆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강아지와 동석하여 도로를 향해 함께 고개를 휘휘 저으며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인드라이브가 도착했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기사가 오늘 어플을 처음 사용해 봤다고, 우리가 첫 손님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못 찾아 한참 걸렸던 것이다. 인드라이브 운행을 처음 했다는 그는 어수선한 운전 실력으로 차 운행 또한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보법이 남다른 그의 운전 실력이 못 미더워 보조 손잡이를 잡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이 초보기사는 내 마음을 꿈에도 모르고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 어디를 다녀왔는지, 라오스가 어떤지 자꾸 토크를 시도했다. 미숙한 운전 실력 때문에 대화를 할 때마다 자꾸 도리도리 흔들리는 차가 불안했지만 속력을 내지 않고 거북이처럼 가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초보기사는 행선지인 나이트마켓 앞에서 내려주면서 연락처를 주면 기다릴 테니 돌아갈 때 연락을 달라는 초보기사치고 제법 맹랑한 영업을 해왔다. 그의 운전은 영 못 미더웠지만 루앙프라방에서는 비엔티안처럼 인드라이브를 부르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그의 첫 승객이 됐다는 게 어쩐지 동화같기도 하고 왜인지 초보기사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상념에 사로잡혀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고 하차했다.
마사지샵에서 라오마사지를 받으며 물놀이로 뭉쳐진 근육들을 조졌다. 한층 개운해진 몸으로 야시장을 구경하며 기념품을 산 후 라인으로 초보기사를 불렀다. 늦은 저녁으로 숙소 근처 화덕피자 맛집을 가려고 했는데, 이미 문을 닫혀있어 차를 돌려 신닷 맛집으로 향했다. 초보기사에게 내일 아침 올드타운 탁발체험을 하러 데리러 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고민하다가 ok를 외치더니 대신 자신이 탁발체험 음식을 준비해 오겠다며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사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여기서 승낙을 하면 초보기사에게도, 앞으로 올 관광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 작별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옌사바이"는 강변에 테이블이 계단식으로 조성된 분위기 좋은 식당이었다. 조명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최소화되어 있고, 그로 인해 맞은편 강 건너 조명이 밝은 올드타운을 거울처럼 강가가 비추는 모습이 더욱 극대화되었다. 신닷은 한국의 삼겹살에서 영감을 받은 라오스식 바비큐로 삼겹살과 샤브샤브가 합쳐진 음식 같았다. 불판의 중앙은 볼록하게 솟아있어 거기에 돼지고기를 굽고, 불판 가장자리는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거기에 육수와 채소를 끓여 고기와 함께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우리는 신닷과 라오비어 골드를 시켜 열심히 고기를 굽고 육수를 냈다. 장작불에 굽는 거라 연기가 엄청 올라왔다. 선풍기 방향을 요리조리 맞춰서 연기를 강 방향으로 보내서 고기를 구웠다. 함께 나온 가지튀김을 소스에 찍어 라오비어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골드는 질감이 부드럽긴 한데 탄산이 빠진 맛이라 그냥 라오비오를 시켜 샤브샤브 국수와 함께 먹었다.
부른 배를 식히고 술도 깰 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골목 어디쯤 가정집에서 개 네 마리가 나오더니 제일 작은 강아지가 빅뱅의 하루하루 뮤직비디오의 지드래곤처럼 다른 강아지들을 제치고 튀어나오더니 컁컁 짖어대면서 우리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왔다. 진짜 곧 물어뜯길 위기에 처한 감자씨가 미안해 지나갈 거야라고 자꾸 설명했다. 데자뷔인가.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 다행히 주인이 나와서 성난 강아지를 부르며 개님을 뜯어말렸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됐는지 개님은 몇 번을 더 달려들려 해서 주인이 엄하게 혼내며 제지해 줬다. 역시 작은 개가 더 사나운 건 진리인가 보다. 여러모로 진이 빠진 채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머리도 채 말리지 못하고 쓰러지듯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라오스 #라오스 여행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여행 #자유여행 #동남아 여행 #인드라이브 #루앙프라방 인드라이브 #나린마사지 #루앙프라방 나린마사지 #옌사바이 #루앙프라방 옌사바이 #신닷 #루앙프라방 신닷 #라오비어 #라오비어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