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있어 시험, 시련, 고난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다 힘들고 아프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 시련, 고난은 싫다. 즐겁고 기쁘고 마냥 행복한 게 좋다. 행복한 것은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 걱정, 근심이 없는 편안한 안락한 상태다. 긴 인생에 있어서 잠깐의 스치는 순간의 행복만 있으면 기운 빠진다. 순간의 행복보다 순간의 기쁨보다 시험, 시련, 고난은 이겨내는 데 상당한 아픔과 고통이 있고, 그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쉼이야말로 내게 있어 행복이다. 안전이 보장된 위험이 별로 없는 그리고 그 위험조차도 나 대신에 누군가 걷어 주는 그런 보살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내게 있어 안전한 곳, 안전한 환경이다.
그런데 그 시험, 시련, 고난 덕분에 나는 지금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남편이 나 모르게 진 상당히 큰 빚 덕분에 나는 훨씬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또 훨씬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에 나는 그 덕분에 지금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글 쓰고 싶은 시간에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처럼 상상력을 즐기기 위해서, 나 혼자만의 책 읽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조용한 이 아침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다. 이만하면 나의 갱년기는 상실의 시절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맛이 나는 시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 남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한 혼란의 정체성으로 삶이 뒤죽박죽 되었지만 그 덕분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었던 사회복지학 공부, 치매 공부, 심리학 공부 그리고 나만의 삶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생각하게 된 계기들 그리고 선한 사람들 속에 있는 악인들, 그들을 알아챌 수 있는 시각과 관점 그리고 나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 "움직이는 삶, 역동하는 삶"을 살게 되어서 뒤돌아보면 그 삶도 내게는 유익하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많은 그 시험, 시련, 고난에게 감사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고진감래라고 쓰고 쓴 것들을 먹다가 달고 단 것을 먹으니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조용히 호젓하게 보내는 이 아침 시간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