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화해하는 방식
쿠궁쿠궁…쿠궁쿠궁…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다. 내 양팔과 가슴, 등판은 이미 다른 이들의 그것들과 맞닿은 상태다. 서로의 공간은 겨우 주먹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 마치 난각번호 4번 달걀을 낳는 닭들 같다.
어릴 적에 동생이나 친구와 싸우면 부모님 같은 절대자들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화해 시켰다.
"자, 이제 둘이 악수하고 안아줘." 라는 식이다.
"자, 미안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서 바로 화해하는 놈은 없다.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뭉그적거리다가 기어이 "어서!"라는 소리까지 나와야 마지못해 악수하고 서로를 안는다. 그건 마치 하나의 의식이다. 그런 식으로 화해를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매일 이곳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지만 싸운 적은 없다. 그럼에도 퇴근이라는 절대자는 이런 식으로라도 화해하라는 듯 우리를 붙여 놓곤 한다.
최근에 본 숏폼에서 스킨십이라는 말은 콩글리시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Physical contact라나 뭐라나. 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던 그 외국인은 스킨십의 진짜 의미를 설명하면서 입술 양쪽 끝을 내리고 입을 샐쭉 내민 채 끈적끈적한 몸짓을 해댔다.
그러나 지금 사방에 낯선 사람들과 몸을 맞대고 있는 것은 진짜 스킨십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공기가 너무 축축하고 끈적끈적하다. 우웅-하는 에어 서큘레이터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래도 주머니에 있는 마스크를 써야만 할 것 같다. 비좁은 공간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겨우 다다른 주머니 속에서 이리저리 뒤적였지만 손에 잡히는 게 없다. 급하게 나오면서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다.
월요일 출근길과 금요일 퇴근길에 유독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이 돼서야 퇴근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일주일 중에서 가장 괴로운 출근이 월요일이고 가장 행복한 퇴근이 금요일이니깐 그것도 아예 없는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하철이 어두운 곳을 지나자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의 머리통 사이로 나는 입술을 샐쭉 내밀고 있었다.
쿠궁쿠궁…쿠궁쿠궁…
이번 역은 OO, OO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자, 그럼 좀 나와주시고… 조심해서들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