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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 Oct 11. 2024

갇힌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

외출과 멀어져 집에 갇혀 살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생활을 지냈다 

나에게 가족 외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이 없었고 오랜 세월을 인간관계 단절 속에 홀로 고립된 생활을 지냈다. 고착화된 고립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도 해봤지만 이루어지지 않아 나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이었고, 결국에는 고립의 생활에 적응하는 길뿐이었다. 그런 데다 집 밖으로 나갈 일도 거의 없고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했고, 해서 나는 집에서 잘 지내는 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나는 내가 처해진 고립의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가까이 교류하는 친구 관계가 없었고, 친구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러 다니거나 취미 활동을 하러 모임에 가거나 해야 했는데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나는 종교 활동에 익숙했고 그나마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 종교 활동이었는데, 나는 2020년에 그동안 몸담고 있었던 어느 종교에서 나왔고 그 자리를 다른 종교로 대체하여 채웠다. 해서 새로운 종교 활동을 해볼 심산으로 새로운 그 종교의 청년 모임에 나가 보았다. 그 종교는 내가 정리한 종교와는 달리 새로 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거나 챙기는 것이 없었다. 그냥 혼자 모임에 왔다가 가는 정도였다. 그리고 새로 온 이들에게는 몇 가지 절차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 자기소개를 올려야 했고, 두 차례의 교육이 있었고, 입회비 연회비 매달의 회비를 납부해야 했다. 그래야 매년 연말에 있는 차기 회장 선거에 투표하거나 모임을 운영함에 있어서 의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내가 그 종교의 모임을 찾아갔을 때가 12월이었는데 연말이어선지 연탄배달 봉사나 새해맞이 행사와 같은 이벤트가 있었다. 그런데 일정을 보니 내가 행하기에는 무리가 되는 긴 일정이었고 나는 참가하지 않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매주 모임도 내가 행하기에 무리가 되는 일정이었고, 결국에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며 새로운 종교 모임에 나가기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나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원래 내가 지내던 대로 고립의 생활을 지내게 되었다. 그 뒤로 어떤 모임에 가거나 한 적이 없다. 친구 관계를 만들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고 기회가 내게 오지도 않았다. 나는 다시 고립의 상황에 놓이며 고착화되어갔다.


나루 때문에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도 나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나루를 집에 혼자 두고 내가 어딘가에 간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자연히 집에 갇히게 되었다. 그런 데다 나 혼자서 나루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기가 어려워졌고, 엄마가 집에 오시면 셋이 산책을 다니게 되었다. 엄마는 항상 바쁘고 나랑 나루는 항상 집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했다. 나루랑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게 되면서 더욱 집에 갇히게 되었고 집에서 잘 지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혼자 지내는 것은 오랜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니 점차 익숙해지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혼자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집에 갇혀서 지내는 것은 건강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갇힌 상황에 내가 놓였고, 곧 나는 놓인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다.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엄마는 바쁘니까 내가 설거지와 바닥청소를 맡아서 했고, TV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나루와 산책을 다녀오거나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루와 둘이 산책 다녀오기가 되었다. 지금은 너무 지쳐버려서 못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별것 아닌 것들로 생활이 채워졌다. 나는 가만히 쉬고 있지를 못해서 집 안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나의 생활에 아무것도 없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럴 때는 너무나 무료했다.


그러다가 올해 7월부터는 “브런치 스토리”를 준비하기로 결심했고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층간 소음 트라우마 때문에 낮 시간 동안에는 내가 이 집에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움이 있었다. 과거에 층간 소음이 심했을 때에는 내가 무언가를 할 때 소음이 굉장히 폭력적으로 일어났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었다. 불안 속에서 그것을 견디면서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참고 인내했던 것들이 그대로 쌓여 마음이 아프게 되었던 것이다. 해서 낮에는 집에서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새벽 시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잠을 자고 2시쯤 깨어 일어나서 이른 오전 6시까지 내 시간을 지내다가 오전 6시에 다시 잠을 자서 오전 9시 반쯤 일어나는 패턴으로 지내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은 오전 5시 16분이다. 올해 7월부터 나는 새벽 시간에 깨어서 무언가를 한다. 낮 시간은 느리게 가지만 새벽에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올해 7월부터 새벽 시간을 활용해 내 시간을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낮 시간이 무료하게 흘러가는 것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낮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지낼 수가 있을까. 그것이 숙제다. 요즘은 낮 시간을 영상 콘텐츠를 보며 집 안을 왔다 갔다 하거나, TV를 보거나, 낮잠으로 피곤함을 해소하는 것으로 지낸다. 새벽 시간은 낮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고, 초반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딴짓으로 보냈다. 그러다가 새벽 시간을 딴짓으로 지내보내기에는 아까우니 딴짓은 낮 시간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다시 북 디자인을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북 디자인과 관련된 단순한 작업을 낮 시간에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층간 소음이 많이 잦아들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은 불안과 두려움이 남아있다. 그런 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가 되어 낮 시간을 지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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