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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 Oct 18. 2024

첫 번째 이웃

층간소음을 겪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 그 시작은 2012년 3월이다. 그때부터 2023년까지 12년 동안 극심한 층간 소음을 겪었다. 현재는 완전히 층간 소음을 겪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위층의 괴롭힘의 행위들이 많이 잠잠해졌다. 지금은 우리 집의 위층에 세 번째 이웃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내가 층간 소음을 겪게 된 시작점인 첫 번째 이웃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고 잊으려고 했지만 여전히 그 기억이 남아 있기도 하다. 8년 정도의 긴 세월 동안 한순간도 편히 있을 수가 없었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2012년 3월이면 내가 석사 과정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 취업을 위해 휴학을 해 집에서 지냈던 시기이다. 그전까지는 층간 소음을 겪지 않았었는데 2012년부터 극심한 층간 소음을 겪기 시작했다. 소음의 원인은 우리 집의 위층에 사는 남자아이에게 있었다. 위층에는 두 남자아이와 그들의 부모님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막내아들이 문제였다. 막내아들이 학교나 집 밖에서는 위축되어 있어 자기 기운을 발산하지 못한 것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내며 발산하느라 움직임도 많고 움직임이 과했다. 내가 생각하고 알기로 나는 인내심이 강하고 웬만해서는 힘든 일들을 잘 참아내는 편이었지만, 위에서 일어나는 어린 남자아이의 움직임으로 인한 소음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당시 그 남자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6개월 정도를 혼자서 꾹 참았을까. 견디다 못해 위층에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내가 층간 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있음을 알리면 상대편에서 나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을 중단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니 남자아이의 어머니가 나왔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층간 소음이 발생함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음을 말했다.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자신의 아들이 소음을 유발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았고 나는 적당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다.

한편 나는 엄마에게 층간 소음을 겪고 있고 위층에 올라갔다가 왔다고 했더니, 엄마는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나무랐고 위층에 미안하다며 딸기를 사다가 주었다. 참 바보같이. 그랬던 엄마가 나중에는 위층의 그 여자 더러 정신이 이상한 여자라고 말했다. 엄마뿐 아니라 상황을 알고 있는 경비 아저씨라든지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모가 그 여자 더러 정신이 이상한 여자라고 저 정도면 중증의 상태라고 그런 사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가 위층에 올라가 그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 여자는 감정이 상한 것 같았다. 어느새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위층의 그 여자는 자신의 아들이 심각한 소음을 유발해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늦은 나이에 얻었을 막내아들을 귀하게 여기느라 이웃에게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은 없는 것 같았다. 점차 상황은 그 여자 혼자만의 망상으로 인한 분노와 감정 풀이로 이어졌고 그것이 싸움으로 번졌다.


나는 처음에는 참았는데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지 위층과 같이 다투게 되었다. 위층의 그 여자가 나를 향해 나쁜 짓을 행할 때 나는 곧바로 그것에 반응을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때때로 어느 정도 대응을 해주었다. 그래야지 그 여자의 분노 풀이는 소강상태를 보이곤 했다. 그런데 나의 대응은 참고 참다가 나오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격했다. 그 여자가 막내아들과 함께 나와 다투는 일에 모든 시간과 전력을 쏟아 하루 종일 계속해서 싸움을 걸고 분노 풀이를 하는 것에 대해, 대꾸하는 일이 나는 귀찮았고 위층과 싸우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주어진 시간을 내 시간으로 쓰기에도 바쁜데 어느 바보가 분노하고 감정 풀이하고 다투는 일에 모든 시간을 다 쏟을까. 나는 내 생활을 남과 다투는 일로 보내기보다는 나를 위해 지내기를 바랐고, 계속해서 걸어오는 집요한 분노 풀이에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대응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하루 종일 집요하게 싸움을 거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을까.


일들을 겪어보니 그 여자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사람이었다. 같이 대꾸하거나 대할 상대가 아니고 다른 범위로 분류하여 무시를 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주거지가 바로 붙어 있는 상황에 놓여 있고 내가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싸움을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들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는 늘 분노에 젖어 있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취하지 않든 늘 분노 상태에 빠져 있으면서 어떤 행동들을 해 보였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 여자는 늘 분노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여자가 분노 중독인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늘 분노 상태에 있었다. 혼자만의 망상으로 자기가 만든 생각과 감정에 의해서 분노하는 것 같아 보였다. 뜨거운 분노 속에 자신을 내던지며 활활 타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모습이 좀 불쌍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분노에 빠지고 분노 풀이를 하면서 더욱 분노가 커지는 분노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힘이 들까 싶으면서. 나 자신이 분노한다고 해서 타인이 괴롭지는 않는다. 마음이 활활 타들어가는 그 자신이 괴롭지. 

이렇듯이 그 여자는 감정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병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늘 분노했고, 그 분노치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밖에 상식적으로도 정상이 아니었는데 그건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는 마치 나와 싸우는 일이 자기의 직업인 것처럼 시간과 모든 것을 쏟았다. 참 어리석은 일이었다. 우리 엄마 입에서 바보라는 말이 나왔으니 얼마나 그 모습이 어리석어 보였을까. 다른 생활은 없는지 다른 할 일은 없는지, 늘 이 일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는 것은 그 막내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는 자기 힘이 없이 엄마가 시키는 대로 사는 아이였고 늘 엄마와 이 일에 함께 했다. 언제인가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그 아이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전해 듣기를, “너는 공부는 언제 하니?”라고 했다고. 그 아이도 그 엄마와 똑같았고 늘 나와 싸우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다.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지금 다시 그 기억을 되살려 보면서 “바보 아닌가.” 하는 말을 내뱉게 된다.

그러고는 매일 하루 종일 나와 싸우는 것에 몰입하며 여러 가지 행동을 했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소에 다니면서 층간 소음의 상황이나 나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고,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소에 가서는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분노 풀이를 해대었다. 문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드나드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어떻게 말과 행동을 했는지, 사람들이 내 말을 믿지 않고 그 여자의 말을 믿었다. 상식적으로 층간 소음이라고 하면 아래층이 피해를 보는 것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말과 행동을 해서 자기가 피해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여자는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에 다니면서 사람들 앞에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했지만, 다행히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는 그다지 영향을 받거나 관심을 갖지는 않는 편이었다. 나는 무심했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소에 드나들며 일을 만들고 거짓말을 하는 것 말고도 그 여자가 하는 일들은 참 많았다. 비실뿐 아니라 여러 기관에 신고를 남발해 우리 집에 외부에서 사람이 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위층은 우리 집뿐 아니라 그 위층과도 분쟁이 있어서 크게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마찬가지로 그 위층에 대해서 신고를 남발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이웃들의 집에 방문해서는 연합해서 우리 집을 고소하자고 했다는데 이웃들이 그것에 응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정신이 비정상인 악한 사람의 말에 호응을 할까 싶다.


그 밖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려고 한다. 오랜만에 오래전의 일들을 꺼내어 보려니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어서 말로 다 옮기지 못할 것 같다. 12년이란 긴 시련의 세월 중에 8년 정도를 이 첫 번째 이웃을 겪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어이가 없다. 내가 운이 나빠서 나쁜 이웃을 만났고 나쁜 일을 겪은 것 같다. 그런데 운이 나쁘다고 하고 넘기기엔 시련이 너무 컸다. 집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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