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거의 모든 생활은 집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쉼의 시간으로 지내고 외출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나가는 편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는 것도 없고, 사람들을 만나러 모임에 참석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집 밖에 나갈 일이 많지도 않다. 반려견 나루의 산책을 위해 오후에 엄마랑 같이 집 밖을 나갔다 들어오는 것이 요즘 내 유일한 외출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그리고 새벽에 깨어 일어나 글을 쓰는 생활을 하기 전에는 아침 운동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나에게는 생활이 많지 않은데 그마저도 대부분 집에서 이루어진다. 집에서 TV를 보고, 집에서 걷고, 집에서 글을 쓴다. 예전에 한때는 비교적 한산한 저녁 시간에 집 앞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썼는데 요즘은 새벽 시간에 일어나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 2시에 깨어 일어나서 유튜브를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이 요즘 나의 루틴이 되었다.
외출을 나갈 일이 적고 생활의 대부분이 집에서 이루어지자 더욱 내가 안으로 들며 우울감이 들 것 같았다. 그렇다면 되도록이면 외출을 나가 집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늘려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텐데 그것을 알면서도 어째서인지 나에게는 외출이 어려웠다. 단지 집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았고, 외출에 어떤 꺼려지는 요인이 있었고, 의욕이 부족했거나, 마음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외출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집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 집에 머물렀다.
나루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전에 나루와 둘이 하는 산책은 힘들고 꺼려지는 일이었다. 나루가 사람이나 오토바이를 향해 자주 짖었고 돌발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힘들어했고 지쳐 있었다. 나루가 사람을 향해 짖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했고 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사람으로부터 화를 당해야 했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개를 혐오해서 개와의 마주침 자체로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치고 나면 기분이 참 나빴다. 해서 나루와 둘이 산책 나가는 것이 꺼려져 둘이 산책 나가기는 피했고 오후에 엄마와 셋이 산책을 나가곤 했다.
그리고 저녁에 집 앞 도서관에 가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에 부딪혀 포기하게 되었다. 두려움뿐 아니라 한 공간 안에 여러 사람들과 다닥다닥 앉아 있는 것에 대해 긴장감과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기가 꺼려졌다. 그래도 그 긴장감과 공포감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져서 도서관에서 지낼 수 있기는 하는데 약간의 불안을 느꼈던가 보다. 어쨌든 집보다는 사회적 장소에 머무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고 활력도 생길 텐데 도서관에 가서 내 시간을 지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밖에, 집 앞에 있는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돌아다니며 세상과 접하는 일에는 흥미나 의욕이 부족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출퇴근하듯 집 앞 복합 쇼핑몰 안의 대형서점에 들렀고 백화점에 가서 작은 간식을 사가지고 오곤 했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이유가 있었던지 세상에 나가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무언가를 사고 싶은 욕구가 없어졌고 무언가를 구매할 일이 없다 보니 세상 구경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꼭 필요한 것을 구매할 때에나 쇼핑몰에 갔고 그것도 병원에 다녀오는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다녀오는 것이었다.
외출이 어려운 내 모습과 달리 엄마는 외출이 매우 활발한 생활을 지냈다. 엄마의 생활은 이른 아침부터 외부 활동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가거나 성당에 가서 미사를 했고, 돌아와서는 아파트 노인정에서 청소도우미 일자리를 맡아했다. 오전 10시에 가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2시-3시쯤이면 집에 왔다. 엄마는 주변 사람들과 전화 통화나 만남이 잦아 늘 바쁘게 지냈고, 틈이 나면 백화점에 잘 가서 구경을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전 늦은 오후에는 한강에 가서 한 시간을 걷고 왔다. 엄마의 생활은 나와 대조되었고 우울감을 느끼는 나와 달리 엄마는 늘 활기가 넘쳤다.
외출이 활발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엄마의 모습을 보더라도 외출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도서관 생활을 지내던 때의 경험을 보더라도 그리고 외출 후에 활력을 얻게 되는 내 모습을 보더라도 외출은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 오갔을 때 하루하루 날이 더해갈수록 우울감도 사라지고 정신이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긍정적인 경험을 했음에도 루틴화를 시키지는 못했고 어느 날 도서관에 가기 싫다며 안 가게 되었다. 그리고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어 활력을 얻을 수 있음을 경험해 외출이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막연한 두려움, 하기 싫음, 의욕 저하, 귀찮음 등의 이유로 외출을 포기해 왔다.
하기 싫은 일을 마주쳤을 때는 무조건 하는 것이 답이더라. 오전에 나루와 산책 가기, 도서관 가기, 세상 구경하기 등 외출이 내게는 힘들지만 분명 나에게 필요한 일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해서 이 여름의 폭염이 지나가면 내 생활 패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대부분의 생활이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패턴을 깨고 외출을 시도해 보려 한다. 조금씩 외출을 늘여가 보고 외출이 정신 건강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 이전보다 외출을 더 늘여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외출과 정신 건강의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외출하기가 힘들어 억지로 실행에 옮기다가 점차 그 횟수도 늘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말이다.
우선 아침에 한 시간 걷기 운동을 다녀오고, 운동을 다녀와서 바로 나루를 데리고 오전 산책을 다녀오고, 저녁에 두 시간 정도 도서관에 다녀오고, 낮에 쇼핑몰이나 백화점 구경을 다녀오기로 하련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하기가 싫겠지만 무조건 실행하기로 하고 때로는 나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나에게 줄 보상이란 내가 참 좋아하는 커피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출 다녀온 내용을 탁상 달력에 기록해서 얼마나 내가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가시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외출하기가 어렵겠지만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외출에 익숙해질 수 있고 외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잘 해낼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