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취업준비 기간도, 공백기 없이
대학교 졸업전엔 취직을 하겠다는 패기와 일념 하나로
9개월 남짓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렇게 원하던 대학교 졸업도 하기 전, 24살에 인근 주민센터로 첫 출근을 했다.
알려주는 사람도, 정보도 없으니 막연하게 면접용 정장차림과 구두를 신은 채 출근을 했는데,
발이 아프겠다며 퇴근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빨리 집에 들어가보라고 신경써주었던 고마운 분이 생각난다.
어딜 가나 막내 소리를 들었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는 둥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열심히 일 한 덕분에
눈칫밥이 굉장히 늘었다.
일도 잘 해야만 했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해야했다.
커피도 잘 타야했고, 과일도 잘 깎아야 했다.
손님께 커피를 내어드릴 때 손잡이를 오른쪽 방향으로 드리지 않았다고 혼도 났었다.
그렇게 연차가 쌓여 승진도 하고 부서 이동도 했다.
7년 간 5개의 부서에서 일을 했고, 그렇게 병을 얻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출근을 하기 싫어서 꾀병이 난 것만 같았다.
그러다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데도 숨이 쉬어지지가 않고 눈물이 계속 났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
퇴근을 해도 머릿속이 회사일로 가득 차 있으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겨우 잠에 들더라도,
눈 뜨면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깼다.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가 보다못해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각종 심리검사 후 의사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당장 폐쇄병동에 입원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나는 휴직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그만두면 나는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잘하는게 없는데..
그런 미련한 생각들로 완전히 놓지 못한 채 휴직을 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