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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Jul 10. 2024

고객님 땜빵 생겼어요

뭐? 땜빵이 있다고요?


 "땜빵 있는데?" 미용실 다녀오고 들었던 첫마디다. '이쁘게 됐다.' '깔끔하게 커트했네?도 아니고 '땜빵이 생겼다고?' 화들짝 놀라 사진을 찍어 확인해 봤다. '아뿔싸' 땜빵이 맞다. 성인 남성 검지 1마디 정도 크기다. 만져보니 맨들맨들한 촉감이 느껴졌다. 당황하여 미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월요일에 저녁 7시 30분에 예약했던 사람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 뒤통수에 땜빵이 있던데 커트 전에도 있었나요?"

"네. 사실 말씀드릴까 말까 고민하다 안 했거든요. 이 전에는 땜빵이 없으셨는데 자르다가 발견했어요."

"아 네... 바리깡으로 커트가 잘못된 거면 괜찮은데... 땜빵이군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허탈했다. '땜빵이라니...'


 20대 시절만 해도 탈모는 관계없는 존재로 믿고 있었다. 원형탈모로 고생하는 주변 사람을 볼 때면 스스로 위안 삼았다. '머리숱 많으니 괜찮을 거야.' '가족 내력으로 벗겨진 사람이 없으니 안심해도 돼.'등.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3년 전 비슷한 자리에 땜빵 생겼었다. 지금보다 크게 났었고,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했다. 원인을 알고 싶어 병원 의사한테 물어보니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큰 문제는 없고 시간 지나면 머리카락이 자라 있을 거예요." 의사 말대로 일정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은 자랐고, 땜빵은 보이지 않았다.


 3년 전과 동일하게 스트레스 영향을 받아 땜빵이 생겼다고 추측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적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된다. 매사에 신경이 곤두서있게 되고, 하루를 초조하게 보내게 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과한 스트레스는 피해야 한다. 이론상 알고 있지만 몸에서는 받아들이질 않는다. 여유를 가져야 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땜빵이 하소연한다.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남의 일을 대신한다'라는 정의처럼, 땜빵이 스트레스로 가뭄이든 마음을 돌아보라는 신호 아닐까. 몸을 먼저 돌아보라는 표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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