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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HI Oct 27. 2024

[단편소설]살기 연습

미히스토리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몸을 일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혼란스러웠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얼굴들이 서 있었다. 그들 역시 눈빛 속에 같은 질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고, 눈앞에는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은 구조물이 펼쳐져 있었다. 철책 너머로 보이는 높은 벽들, 그리고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차가운 기계음이 모든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 “줄을 서라.”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들이 보였다.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한 줄로 모여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폭발음이 울리고, 연막이 터져 시야가 가려졌다. 숨이 막힐 듯한 공포가 덮쳐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었다. 발밑이 흔들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함정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되뇌었다. 반드시 버텨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은 점점 미로와 같은 함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장애물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길을 잃거나 쓰러졌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철저한 냉정함과 기민한 판단이 필요했다. 나는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보였다. 한 줄기 빛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서자, 문이 열렸다. 나는 숨을 고르며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건물들,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겪은 시간이 마치 한순간의 악몽 같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잔인할 만큼 일상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걸 얼마나 더 해야한단 말인가”

3일 후, 그렇게 예비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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