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용종 03화

3. 비빔밥

by 미히

“정신적인 알레르기에 가까운 것 같군요.” 의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봤다. 정신적인 알레르기라니, 도대체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의사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트라우마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집단에 섞이기 어려웠어요.” 나는 말했다.

의사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 학교 급식에서 비빔밥이 나왔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비빔밥을 즐겁게 섞으며 먹고 있었다. 나는 그저 비빔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비빔밥의 색깔, 그 나물들이 뒤섞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지는 모습이 내겐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옆자리의 친구가 나를 보더니 물었다. “너 왜 안 비벼 먹어?”

나는 나물을 하나 집어 먹으며 말했다. “다 섞으면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없어. 나는 따로 먹는 게 좋아.”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너 괴짜구나?”

나는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그들은 모두 섞이고, 뒤엉켜,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각각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각각의 나물을, 각각의 색을. 그리고 그것은 나를 괴짜로 만들었다.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섞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를 이토록 외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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