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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을 흔들다

by 미히 Oct 27. 2024

서혜선의 말이 계속 소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

이번 학기 동안 2018년에 머물렀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 그녀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까지.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열차는 여전히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낯익은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둘 사이의 고요함 속에서 소년은 묵직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짧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 느꼈던 호기심,

그리고 그녀의 말들에 담긴 신비로움이 그를 사로잡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끝나버릴 것 같았다.

"또 만날 수 있을까?"

소년은 조용히 물었다.

그 질문에는 희망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서혜선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이내 방긋 웃었다.

"아마도," 그녀가 대답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지도 몰라. 어차피 시간은 원형이니까."

소년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짧았다.

그녀가 떠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 어디서 널 만날 수 있을까?"

소년은 또다시 물었다.

그는 그녀가 그냥 사라지길 원치 않았다.

지금이 마지막일지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이 필요했다.

서혜선은 미소를 지었다.

"서해선에서 날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서해선을 늘 타거든."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다만, 내가 서해선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할 때쯤에는 서해선이 일산까지 개통되어 있을 거야."

열차가 서서히 소사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서혜선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내려야 해," 그녀가 말했다. "너가 내리지 않으면 열차가 출발하지 않을거야."

그 순간, 소년은 열차 안에 있던 다른 승객들의 복장이 독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복장은 모두 미래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소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그는 플랫폼에 내렸다.

소년은 아직 말하지 못한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그 질문들은 모두 목구멍에서 멈췄다.

대신, 그는 마지막으로 창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또 보자," 서혜선이 손을 흔들었다.

소년은 열차를 바라보았다.

서해선은 서서히 출발했고, 소년은 스쳐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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