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심청은 용궁을 둘러보며 여러 가지를 소개받았다. 이곳은 단순히 물 속에 있는 왕궁이 아니었다. 용궁에는 다양한 구역이 있었고, 각 구역에서는 바다 생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바닷속 식물들을 수경 재배하는 팀도 있었고, 넓은 농장에서는 육지에서와 비슷한 작물을 기르고 있었다. 심청은 그 광경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속인데도 농장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용궁을 탐방하던 도중, 심청은 한 어린 광대를 보았다. 그 아이는 심청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갈색과 흰색이 섞인 줄무늬 옷을 입고, 조용히 구경꾼들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이는 심청과 눈이 마주치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보냈다.
심청도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광대의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그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심청은 그 아이가 어디로 간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짧은 만남이 마음속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밤이 되자, 심청은 긴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오늘 본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았다. 용궁의 수경 재배, 광대 아이, 그리고 거울 속에서 보았던 기이한 잔상.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이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심청의 방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 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러나 방 안으로 들어오는 발소리는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어보니, 복도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문 앞에는 어둠 속에 묘하게 흔들리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심청은 망설이다가, 그 검은 물체를 따라 복도 밖으로 나갔다. 그 물체는 일정한 거리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심청은 검은 물체를 따라 용왕의 방 앞에 이르렀다. 방 안에는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그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우리 어제 봤지?”
심청은 반가움에 미소를 지었다. “너였구나, 광대.”
어둠 속에서 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침에 만났던 어린 광대였다. 갈색과 흰색의 옷을 입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심청은 그를 보며 말했다. “어쩐지 어제 분명 너의 피부를 만졌었는데 말이야, 거울이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했어.”
광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용궁에서 일어났던 일을 재현하는 일을 맡고 있거든.”
그 말과 함께, 광대는 뒤에 있는 커다란 물기둥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물기둥 안에서 그는 심청을 바라보며, 물속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움직였다. 그의 몸이 물기둥 속에서 변신하듯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순간 그는 심청처럼 보였고, 또 한순간엔 용왕이나 시녀처럼 변신했다.
“모두 다 나의 흉내 능력 덕분이지.” 광대는 변신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심청은 그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 멋있구나, 그럼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다 연기할 수 있는거야?”
광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나는 타고난 연기꾼이거든.”
심청은 조개껍데기로 다가갔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용왕의 의자에 닿았다. 용왕의 의자는 거대한 조개껍데기로 되어 있었고, 그 껍데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심청은 천천히 용왕의 의자 쪽으로 다가가, 의자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자 조개껍데기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광대는 이전 일들을 연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