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는 물기둥에서 나와 심청을 향해 다가왔다. 그의 표정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는 촉수를 슬쩍 흔들며 심청에게 말했다.
"살아서 이곳까지 온 인간은 너가 처음이야. 우리는 너를 통해 인간에 대해 많은 걸 배울 거야. 그리고 뭍으로 나가겠지."
심청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지만, 그녀는 그 두려움을 억누르고 광대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대단한 계획이네."
광대는 눈을 반짝이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또 놀자. 너에게서 많이 배우고 싶어. 나는 인간을 가장 잘 연기하는 문어가 되고 싶으니까!"
심청은 머뭇거리더니 광대에게 물었다. "그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너희가 흉내 내는 것들이니?"
광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물론이야. 언젠가부터 인당수에는 여자 아이들이 빠지기 시작했지. 우리는 그들을 연구해."
심청은 속으로 떨렸지만,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 중 눈이 네모난 자들이 있어."
광대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눈은 상하기 쉬워. 싱싱한 경우에는 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복구할 수 없단다."
"좋아, 그런데 너가 인간 흉내를 내려면 눈이 네모나면 안돼." 심청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의 눈은 네모나지 않거든."
광대는 잠시 멈칫하며 심청을 바라보았다. “그럼 너의 눈을 내가 가지면 되겠네?” 광대가 말했다.
심청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되겠지. 하지만 그거 알아?"
광대는 흥미롭게 심청을 쳐다보았다.
심청이 말을 이었다. "인간 세계에는 눈 공장이 있단다. 눈을 만들어내는 곳이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눈은 오래된 눈이야. 벌써 15년이나 써서, 이 눈을 가져가더라도 1년 이상은 쓰지 못할거야. 내가 육지로 가서 새 눈을 구해다줄게.”
광대는 심청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촉수가 멈칫거렸고, 그의 눈빛은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거짓말,” 광대는 말했다. “그런 공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심청은 대답했다. “거짓말이기는, 우리 아버지도 공장에 새 눈을 맡겼는걸, 우리 아버지의 눈과 크기가 같으면서 더 예쁜 눈을,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지금 눈을 공장에 맡겨서 천으로 가리고 다녀. 비어 있는 눈 구멍에 햇빛이 직접 닿으면 굉장히 따갑거든.”
광대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며 고민하는 듯했다. “나에게 인간의 눈을 가져다주겠다고?”
“그래, 아버지가 맡긴 눈을 너에게 갖다줄게. 아주 예쁠거야.” 심청은 침착하게 말했다. “나를 살짝 이곳 밖으로 내보내주면 돼. 그럼 육지로 올라가서 네가 원하는 눈을 가져올게. 할 수 있겠지?”
광대는 여전히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그는 심청을 들어올리며 그녀를 물기둥 안으로 끌어당겼다.
“저 위로 곧장 올라가면, 바다 위로 나갈 수 있어.” 광대는 심청을 물속에서 위로 올리며 말했다. 그의 촉수는 부드럽게 심청의 몸을 감쌌고, 그녀를 물기둥 속으로 밀어 올렸다. 심청은 그 순간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청은 물기둥 안에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광대의 힘에 의해 위로 떠오르면서, 그녀는 발 아래로 용궁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았다. 그곳은 마치 기묘한 꿈속의 왕국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을 생각하면 그녀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청은 용궁의 깊은 물속을 헤엄치며 위로 올라갔다. 물 위로 나갈수록 그녀의 주변은 점점 밝아졌다. 수면에서 반짝이는 빛이 그녀의 눈을 자극했고, 그 빛을 향해 심청은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쳤다. 그녀의 심장은 긴장과 공포로 빠르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