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천천히 눈을 떴다. 부드러운 면이불 속에 몸을 뉘인 채,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공기, 익숙한 침구의 냄새, 그리고 익숙한 소리들이 그녀의 감각을 깨웠다. 그녀는 곧 자신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꿈이었나...’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용궁에서의 모든 일이 그저 꿈이었을까? 너무도 생생하고, 너무도 끔찍했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심청은 옆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심청아, 정신이 드는 게냐.”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심청은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안대를 쓰고 있었고, 손으로 딸을 더듬으며 그녀의 기척을 느꼈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고, 그 속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심청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심청은 눈물이 터졌다. 심봉사는 딸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심청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아버지의 품속에서 심청은 그 모든 고통과 공포, 그리고 안도가 뒤섞인 감정을 눈물로 흘려냈다. 용궁에서의 끔찍한 경험들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품속에서 조용히 흐느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는 그런 심청을 가만히 품에 안고,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심청은 한동안 말없이 그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그녀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심청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 심청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연안으로 떠밀려왔단다. 아마도 용왕님께서 너를 보내주신게지."
‘용왕님이 나를 보내주었다고? 그 끔찍한 용왕이?’ 그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가, 아버지의 눈을 떠올리며 다시 물었다. “아버지의 눈은요?”
아버지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눈은 고칠 수 없었단다. 아마도 평생 동안 그럴 것이야. 하지만 괜찮다. 내 딸을 다시 얻게 되어 참 기쁘구나.”
심청은 아버지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부드럽게 웃었다. “가서, 요깃거리를 좀 가져오마.”
심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