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물 위로 떠올랐을 때, 하늘엔 달빛이 부드럽게 비치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바다는 쪽빛으로 일렁였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그녀의 젖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심청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숨을 고르며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위로는 별이 반짝였고, 아래는 깊고 무서운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그녀는 생각했다. 어두운 바다 위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채 한참을 머뭇거렸다. 모든 것이 조용했고, 그녀는 그 광활한 바다 속에서 자신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다.
심청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방향을 선택해 수영을 시작했다. 그녀는 힘을 다해 나아가며, 그 모든 끔찍한 기억들을 잊고 싶었지만, 용궁에서의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와 문어로 변한 용왕, 광대의 끈적한 촉수, 그리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자신의 모습까지.
어느덧 심청의 몸은 점점 더 지쳐갔다.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녀의 팔과 다리는 무거워졌고, 숨도 가빠졌다.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더는 못하겠어…’ 그녀는 절망 속에서 그렇게 속삭였다.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지며, 배 한 척이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배는 느릿느릿 다가와, 거대한 그림자로 심청을 덮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손아귀가 그녀를 들어올렸다. 심청은 그 순간 기절하듯 정신을 잃었다.